금요일 자정 KBS 2TV '폭소클럽'은 여러 출연자들이 차례로 나와
무대에 서서, 말로 관객들을 웃기는 이른바 '스탠드업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고참 코미디언들부터 신인 개그맨들 사이에 자그마한 여자
학원강사 한명이 유독 눈길을 끈다. '우리 몸의 신비'라는 강의를 맡은
장하나(28)씨다.
"침의 주성분은 물인데 왜 침을 맞으면 더러운 느낌이 들까요. 입속에
있는 세균 때문이지요. 침을 튀기는 것은 (눈을 치켜뜨고 삿대질을 하며)
'내 세균을 너에게 옮겨주마', 이런 얘기가 됩니다." 방청객에서는
폭소가 터져나온다. 단정한 학원 강사에게서 튀어나오는 말은 죄다
예상을 벗어난다. 이 '즐거운 배신감'에 환호가 터진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장씨는 실제로 경기 고양시 한 입시학원에서
7년째 과학 강사로 일하고 있다. 그쪽 동네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름난
'스타 강사'다. 인터뷰는 수업이 끝난 밤 10시에 이뤄졌다. 장씨의
음성에서는 쇳소리가 났다.
"종일 학원에서 강의하고 나면 밤에는 늘 목이 쉬어버려요. 아침에
학원에 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되돌아오죠."
그녀는 2001년부터 한 입시학원의 인터넷 방송국에서도 강의를 해왔고,
이를 우연히 본 '폭소클럽' 제작진이 출연을 제의했다. 작년 10월 첫
방송이 나가면서 시청자들은 "신인 개그맨치곤 참 당돌하다",
"과학상식이 많은 것 같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정작 장씨의 반
학생들은 "학원 수업보다 재미없다. 좀 더 재미있게 해달라"고
'혹평'했다.
"첫 리허설을 하는 데 어찌나 떨었는지…. 그런데 저 '사이코'
같아요. 방청객들을 보니까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장씨는 대학 4학년 때부터 학원강사로 나섰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두 딸을 어렵게 혼자 키운 어머니 생각에 포기했다. 그녀는
강의를 한편의 '쇼'처럼 만들었다. 학생들의 집중을 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몸짓도 일부러 크게 하고, 강단을 뛰어다니며 '통아저씨' 춤을 추기도
했다. '오버 걸', '춤추는 강사'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녀는
"방송은 진도가 정해져 있는 학원수업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했다.
장씨는 요즘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꼬박 학원에서 산다.
'개그맨 데뷔' 이후에도 주업은 역시 강사다. "개그는 어디까지나
좋아서 하는 거예요. 저를 뜨악하게 쳐다보던 방청객들이 폭소를 터뜨릴
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전공을 살려 사람들에게 성(性)에 대한
상식을 전달해 줄 수 있으면 더욱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