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제공한 청계천 복원 조감도를 바탕으로 본지 미술팀이 만들어본 하천변 아파트 숲.기존 도심재개발안에 따르면 청계천변에 초고층 건물과 아파트가 병풍처럼 들어서 하천변 조망을 훼손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05년 말로 예정된 청계천 복원 후 하천 주변은 어떤 모습을 가지는 게
바람직할까?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이 최근 청계천 주변 공구상가
재개발과 관련, '공구상 빌딩' 아이디어를 제시했으며, SK·주택공사
등 대규모 건설업자들이 청계천 개발안을 수소문하는 등 주변 개발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청계천변 경관 논의 필요 =서울시는 "하천 복원 기본계획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 논의는 성급하며, 복원 후에도 민간 주도 개발을
시가 지원만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가 추진하는 청계천변
'왕십리 뉴타운' 계획이 올 3월 확정되고, 민간은 황학동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규모 건설업체들도 도심 재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물밑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자 "청계천 주변
개발에 대해 서울시에서 미리 원칙을 확정해야 난개발을 방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강남구 압구정동, 용산구 동부이촌동 등 한강 주변의 경우 고층
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싸게 된 것도 전체적 계획없이 '한강 조망권'을
이유로 '일(一)'자형 아파트가 늘어서도록 놔둔 데 따른 지적에 따른
것이다. 소위 한강변 아파트의 '조망권' 프리미엄은
5000만∼1억20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사업성을 추구하는
개발업자들의 속성상 복원된 청계천 주변도 '조망권'을 이유로 고층
아파트·빌딩이 병풍처럼 둘러서는 '제2의 한강변'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고층·일자형 건물로 경관훼손 우려 =현재 청계천주변 개발
기본안으론 '2001년 도심재개발 계획'과 '2000년 도심부 관리
기본계획'이 나와 있다. 하지만 이들 계획은 청계천 복원 계획 수립
이전에 세워져 청계천 복원 후 맑은 물이 흐르는 상황을 고려에 넣지
않고 있다. 기존 도심재개발 계획에 따르면 청계천 주변에 20층 이하,
용적률 600%까지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최근 지정된 '왕십리 뉴타운' 지역도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개발 수익성을 위해 고층화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상왕십리동 일대는 뉴타운 개발 발표 전 10평 땅값이 평당
500만∼700만원선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평당 1300만~1500만원선으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청계천 조망을 이유로 일자형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와 관련 시는 하천변을 '수변(水邊) 경관지구'로 지정, 건물
높이·모양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존 조례안(案)에는 폭
50m 이상 되는 한강·중랑천·안양천·탄천 등에 국한되어 있다. 따라서
복원 후 폭이 20∼25m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는 청계천 주변은 이
규정에서 제외된다.

◆ "경관 규제해야" =성균관대 임창복(任昌福·건축학) 교수는
"청계천 복원 후에도 역사성이 있는 기존의 가로망과 전경을 유지해야
한다"며 "개발이 불가피하더라도 별도의 '도시건축 경관지침서'를
마련해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대
이정형(李政炯·건축학) 교수는 "청계천 주변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선
지구단위계획 등으로 경관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대 정동양(鄭東陽·기술교육) 교수는 "청계천변에서 멀어지면서
점차적으로 건물이 높아지는 게 바람직하며, 하천을 가운데 두고 건물이
대칭을 이루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시정개발연구원은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부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고층 개발을 제한하고 건물 폭도 5층 또는 10층 이상부터는 55m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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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도시에선…

건물각도·모양 도로 방향 등
조망권 배려한 가이드라인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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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도시의 하천변은 도시계획 지침과 건축물 가이드라인을 정해 하천
주변 경관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 미시시피강변에 위치한 미니애폴리스시의 경우 '미시시피 상류지역
마스터플랜'을 통해 하천 방향 조망, 도로·블록 방향, 시가지 방향
조망, 빗물 저장 및 침투, 공적·사적 공간 중간영역, 일조 등 6개
부문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고 있다. 특히 다리 주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지 않게 하고, 강변 건물이 뒷건물의 조망을 방해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강변에 햇빛이 들어오도록 하천변 건물을
뒤편으로 후퇴시키거나 건물 모양도 네모 모양으로 각지지 않고
비스듬하게 건설하도록 했다.

시카고의 '하천변 도시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건물을 하천에서 9∼15m
후퇴해 짓도록 하고, 용도를 상업건물과 레스토랑으로 제한하는 한편
저층에는 햇빛 반사 유리를 사용하지 않토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 도쿄(東京)는 '도시 미(美) 가이드라인'을 통해 '하천변을 도시
내에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등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스미다천 등 하천마다 천변 양쪽으로 50∼100m에
'경관기본축 만들기 계획'을 적용하고 있다.

'물의 도시'를 표방하는 히로시마시는 '강변 건축물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고 있는데, 배후에서도 하천 조망이 가능하도록 '일(一)'자형
건물의 배치를 배제하고 1층을 아예 비워 놓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천에서 산 능선을 바라볼 수 있도록 건물 위층의 모양도 지붕형·탑형
등을 택하게 하며, 벽면의 디자인도 개성을 살리도록 하고 있다.

태평양 연안의 캐나다 밴쿠버시는 '조망보호 유도지침'을 통해 도심
건축물을 절대 고도 91m 이하로 제한하고, 경관에 따라서는 34∼85m까지
제한하고 있다. 또 27개의 조망 지점을 정해 조망점에서 시 경계까지
건물 스카이라인을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