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으로 뒤덮인 한겨울 백두산 천지(天池) 밑바닥 바위 틈에서는 뜨거운 온천수(溫泉水)가 물거품을 일으키며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대구과학대 연극영상과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겨울 백두산 천지의 수중(水中) 촬영에 성공하고 지난 7일 귀국했다.

감독을 맡은 오한택(吳漢澤) 교수는 백두산의 사계(四季)를 영상에 담아내기 위해 지난 2000년 12월부터 열번 넘게 백두산을 오르내렸다. 오 교수는 작년 8월 백두산 천지폭포 인근 언덕에서 희귀종인 고산(高山)토끼(일명 ‘우는 토끼’)를 촬영한데 이어, 이번에는 겨울 백두산 천지 물속 풍경을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오 교수는 “그동안 백두산 천지 물속 풍경을 여름에 촬영한 경우는 있었지만, 겨울에 촬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제작팀은 작년 12월 21일 인천항을 출발, 배 위에서 꼬박 하루를 보낸 끝에 중국 다롄(大連)에 도착했다. 중간 경유지인 옌지(延吉)까지 기차로 또 하루가 걸렸다. 이곳에서 자동차로 갈아타고 5~6시간을 달려서야 백두산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작년 12월 31일 제작팀은 각자 30㎏이 넘는 장비를 짊어지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가파른 산길을 걸어 오르기 시작했다. 등정(登頂)을 시작한지 3시간 만에 천지를 눈 앞에 마주 할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두번째 백두산에 올랐다는 정주현(鄭朱玹·26·연극영상과 2학년)씨는 “새벽이면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눈을 다져 쌓은 얼음집 안에 들어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추위와 싸워야 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천지의 얼음을 녹여 만든 물과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며 1박 2일 동안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다행히 지난 1일 오전 7시 30분 쯤 일출(日出)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안내를 맡은 조선족은 지난 3년간 날씨가 좋지 않아 새해 첫 일출을 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혁중(李赫重·24·연극영상과 2학년)씨는 “장군봉 옆으로 햇살을 비추며 떠오르는 태양과 백두산 정상 아래 펼쳐진 구름 바다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 수중촬영도 가까스로 성공할 수 있었다. 천지의 대부분이 두께 2m가 넘는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온천이 솟아나 물이 얼지 않은 지역을 어렵사리 찾아낼 수 있었다. 한겨울 천지 밑바닥에 자라고 있는 이름 모를 수초(水草), 바위틈으로 물거품을 일으키며 뿜어나오는 온천수 등 아름다운 장면을 6분 동안 영상에 담아 올 수 있었다.

이들이 제작한 다큐멘터리는 ‘겨울 속 천지(가제)’라는 제목으로 이번 설날 한 공중파 TV를 통해 전국에 방송될 예정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천지 물속 풍경, 백두산 고산토끼 등 백두산의 사계(四季)와 한겨울 천지 얼음물에 도전하는 스킨·스쿠버 동호인들의 모습 등 볼거리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