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연수,김별아,배수아(왼쪽부터).이들의 소설은 지난 9월 이후 출간된 작품들 가운데 내년도 동인문학상 심사에서 검토할,주목할 작품으로 선정됐다.

내년도(2003년) 동인문학상의 새로운 주인공을 위한 첫 심사독회가 지난
6일 열려, 1년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박완서 유종호 이청준 김주영 김화영 이문열
정과리)는 이 날 서울 운니동 송죽헌에서 모임을 갖고, 지난 9월이후
발표된 작품들을 심사했다. 이번 독회는 지난 10월4일 성석제의
'황만근을 이렇게 말했다'를 33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한 이후
두 달여만에 열렸다. 이문열씨는 독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심사위원회는 20여 편의 신작 소설들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 끝에
전경린 소설집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문학동네) 김종광 소설집
'모내기 블루스'(창작과비평사) 김유택 장편소설 '보라색
커튼'(문학과지성사) 배수아 경장편 '동물원 킨트'(이가서) 듀나
소설집 '태평양 횡단특급'(문학과지성사) 김별아 소설집 '꿈의
부족'(문이당) 임동헌 장편 '기억의 집'(문이당) 김연수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문학동네) 등 7편을 '계속검토' 대상으로
추천했다.

심사위원들은 이날 독회에서 김연수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
대체로 후한 점수를 줬다. "공들여 쓴 작품으로, 뭔가 탐구하는 자세가
돋보인다."(유종호) "어린 시절을 다루고 있지만 회상소설은 아니고,
지금 세대의 심층에 무엇이 있었는지, 그 연속성을 탐구한
작품"(정과리) "첫번째 단편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가 참
좋았다."(이청준) 등의 평이 쏟아졌다.

나머지 작품들에 대해서는 단독 추천이 있었거나,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김별아 소설집 '꿈의 부족'에 대해서는 "아주 강한 느낌을
받았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양성적인 느낌의 글쓰기가 맘에 들었고,
우리 영토를 벗어난 이야기지만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서 현지에 밀착한
느낌이 좋았다"(박완서)는 평이 있었다. 김유택 장편 '보라색 커튼'은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 속 진술을, 작가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말에 얹어서 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이청준)는 평을
받았다.

듀나 소설집 '태평양 횡단특급'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독특하고 새로운 작품"(정과리), 배수아의 '동물원 킨트'에
대해서는 "후기산업사회 인간 존재의 해체를 탐구·기술한 아주
현대적인 작품"(정과리)이라는 평이 나왔다.

이밖에 임동헌 장편 '기억의 집'에 대해서는 "장편으로 이만한 소설적
성과는 높이 살만 하다"(이청준)는 평이 있었으며, 김종광 소설집
'모내기 블루스'에 대해서는 "입심은 좋으나 작중인물들이 모두
똑같은 톤으로 이야기해 구별이 안된다"(유종호), 전경린 장편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은 "작가 특유의 '고통스러운 면'이 이 작품을
통해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아 관심을 끈다"(김화영)는 등의 평가를
받았다. 다음 독회는 내년 1월10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