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황당무계한 계획으로 지구정복을 꿈꾸는 악당 닥터 이블과 그에
맞서는 영국 첩보원 오스틴 파워스. 결코 끝나지 않을 이들의 한판 대
격돌, 그 세 번째 배경은 1975년이다. 그만큼 화려하고 신명나는 디스코
리듬이 이번 에피소드의 음률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오스틴이
타임머신 자동차에 올라타 1975년으로 향하자마자 장면은 뉴욕의 디스코
클럽 '스튜디오 69'로 바뀌는데, 그 때 배경음악이던 것이 그룹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1975년 히트곡인 'Shining Star'.
1975년에 도착했음을 오감을 통해 전해주는 이 짜릿한 쾌감이여. 또한
무대에선 오스틴의 새로운 파트너인 폭시 클레오파트라가 디스코의
명곡을 기본 멜로디로 하고 있는 'Hey Goldmember'를 통해 섹시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데, 팝 그룹 데스트니스 차일드의 리더인 비욘세
노울스가 그 폭시 역을 맡아 스크린에 리드미컬한 그루브를 얹는데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게다가 닥터 이블이 2편의 'Just The Two Of Us'에
이어 또다시 노래를 통해 능청스러운 패러디에 도전하고 있음도 주목할
풍경. 그 곡이 곧 있으면 비욘세 노울스와 결혼할 힙합 가수 제이 Z의
'Hard Knock Life'라는 사실이 재미있다. 반면 오스틴은 자신의
밴드인 밍 티를 대동해서 아버지를 향한 서러움을 'Daddy Wasn't
There'를 통해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다른 시리즈에 비해 카메오가 눈에 띄는 이번 작품에선 가수들의
등장 역시 두드러진다. 우선 여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Boys'를
부르다가 느닷없이 가슴기관총을 발사하며 자폭하는 황당한 장면을
연출해서 통쾌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 때 오스틴은 브리트니의
히트곡 제목이기도 한 "Oops! I did it again"이라는 대사를 내뱉는
치밀한 유머를 연출하기도. 또한 'Soul Bossa Nova'의 리듬과 함께
유치찬란하게 펼쳐지던 오프닝 장면에선 그 곡의 작곡가인 퀸시 존스가
직접 등장해 지휘봉까지 쥐는 반가운 풍경을 펼치기도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하지만 마이크 마이어스의 이 유쾌한 패러디엔 그
즐거움이 하나 더 있다. 아는 만큼 귀에 쏙쏙 박히는 리듬이 있다는 것.
아는 만큼 들리기까지 하니 그 포만감이 곱절이다.
(권영·음악칼럼니스트 cinequeen@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