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핀란드에서도 북극권에 위치한 소도시 로바니에미가 '산타 할아버지' 마케팅으로 4조여원의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인구 3500명에 불과한 로바니에미는 지난 1995년부터 '산타 할아버지의 공식 수도'를 선언했고, 순록 20만마리가 사는 무공해 오지(奧地)인 이 마을에 산타 할아버지 공항과 마을을 만들었다. 그간 이곳을 찾아간 관광객은 200만명. 올 겨울에는 40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로바니에미는 19세기까지 늑대와 곰 가죽을 거래하는 국경 시장으로 유명했고, 나치 독일이 1941년 핀란드와 소련의 평화 협정에 대한 보복으로 단지 9채의 통나무집만 남겨놓고 마을을 궤멸한 뒤 오랫동안 북극권의 오지로 버려졌다. 산타 전설이나 역사와도 아무 관련이 없는 마을이었다. 그러나 1984년 영국 런던의 핀란드 관광사무소가 로바니에미의 오로라 관광 산타로 분장한 화가들의 관광객 초상화 그려주기 등을 내세워 영국에서 인기를 얻자 프랑스와 미국, 일본에서도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과거 겨울이면 손님이 없어 문을 닫았으나, 이제 11개의 대형 호텔들이 겨울이면 꽉 찬다. 매년 1월이면 프랑스 푸조 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이곳에서 세미나를 개최한다.
시 당국과 주민들은 관광객 1인당 최소한 65유로(7만5000원)를 뽑아내기 위해 다양한 산타 관광 상품을 개발했다. 우체국에서는 산타의 소인을 관광객들에게 찍어주는 대가로 6유로(한화 약 6900원)를, 오두막에서 산타와 사진 찍는 데 17유로(약 1만9500원)를 받는다. 현지에서 결혼하는 데는 1000유로(약 1147만원)가 든다. 올 시즌은 6일 오전 11시 일본인들의 결혼식부터 시작한다.
로바니에미의 기본 관광 코스는 눈 덮인 산에 올랐다가, 호수에서 낚시를 하고, 순록 농장을 방문한 뒤 야외 사우나와 순록 바비큐를 즐기는 것이다. 현지 관광 당국은 외부 자본을 유치, 냉전 시대에 원폭 대비용으로 만든 지하 방공호를 개조해 산타 동굴을 주제로 한 놀이 공원도 열었다. 로바니에미시 당국은 관광 수익과 고용 효과까지 합쳐서 "산타 할아버지가 3억5000만유로(약 4조2000억원)를 우리에게 선물한다"며 "핀란드에는 노키아 휴대전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자랑한다.
(파리=朴海鉉특파원 h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