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보안과 관련해 500여 업체를 관리하고 있는데 매달 이뤄지는 정기검색에서 전체의 4% 가량 도청 흔적이 잡힙니다.”
국내 도청방지업계의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한국통신보안㈜의 안교승(安敎昇·40) 사장. 그는 “S·H·L 등 대기업과 주요 언론사 등에서도 도청 보안검색을 의뢰받고 있다”며 “최근엔 상시적인 보안장비를 설치하려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 아래에서 국무총리 A씨로부터 “뭔가 도청당하는 것 같다”며 비밀리에 요청을 받고 집무실과 공관 등에 대해 보안 검색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는 “중앙 행정부처 중 서너 곳에서는 자체적으로 도청 보안검색을 하고 있으며, 국정원의 산업보안팀과는 도청보안 시스템과 관련해 교류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치권에서 논란 중인 CDMA형 휴대전화의 도청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던 당사자다.
“2000년 9월 거래관계에 있는 미국의 CCS사(뉴욕시 소재)로부터 ‘CDMA 셀룰러 인터셉트 시스템’(도청장비)이라는 모델을 개발했으니 정보 수집기관을 대상으로 판매를 해보라’는 팸플릿이 들어왔습니다. 당시 저는 이런 정보를 고객들이 알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CDMA 도청 장비가 개발됐으니 보안에 주의하라’는 편지를 발송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휴대전화 도청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확실한 답변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유선전화의 도청 기술도 갈수록 발달해 “직직 거리는 소리가 없고 감도(感度)가 떨어지지 않아 도청 여부를 거의 느낄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것이다.
“도청 장비를 전화의 수화기 안은 물론 전화코드에 집어넣거나 전원 어댑터에도 끼워 넣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 외부 전원이 필요없어 반영구적이며, 도청이 필요할 때만 원격 조종해 보안 검색을 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화국과 특정 빌딩 사이에는 한 개 선로에 수많은 신호를 전송하는 광케이블이 설치돼 있어 그러한 다중화(多重化) 구간에서는 건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도청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도청은 주로 특정 전화번호를 대상으로 이뤄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직통전화보다 통상 9번을 누르는 집단전화를 사용하면 도청에서 좀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