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하고 굽 높은 하이힐 한짝에 진흙이 묻어있고 그 밑에 카피 단 한
줄. "오늘, 지리산 정상을 다녀왔다." 이건 무슨 뜻일까. 세로 광고
오른쪽 밑에 현대자동차의 4륜구동 승용차 '테라칸' 사진과 로고가
박혀있다. 비로소 뜻이 통한다. 테라칸이라면 하이힐을 신고도 지리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광고로 제39회 조선일보 광고대상에서 대상 수상자로 뽑힌 대홍기획
김명중(33·그래픽디자이너)차장·김민석(29·그래픽디자이너)·
김찬(27·카피라이터)씨 등 '3김'팀은 "힘을 강조하는 자동차이지만,
광고에서 힘을 표현하는 것은 1차적"이라면서 "오히려 여성적인
시각에서 접근해보자고 출발해 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고 말했다.
"사실 중간에 내버렸다가 살린 아이디어입니다. 수상자로 결정되고
나니, 역시 어깨에 힘을 빼고 만든 광고가 인정받는 것 같습니다."
이들은 최근 "니들이 게맛을 알어?"로 인기높은 롯데리아 CF도 만든
팀. '프로'답게 바쁜 일과 속에서 사흘가량 시간을 내 만든 작품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조선일보 광고대상은 '광고쟁이'들도 한번씩 욕심내는 대회죠. 가장
규모도 크고 질적으로도 뛰어나니까요. 이번 대회가 저희에게도 생각이
다시 한번 깨어나는 기회가 됐습니다." 평소 광고주 의뢰를 받아 만드는
광고는 아무래도 사고의 틀이 좁을 수 밖에 없다. 노는 하나인데 사공이
늘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직 아이디어로만 경쟁하는 광고제는 다르다.
"위에 보여줄 필요도 없고, 광고주 OK 받을 필요도 없으니 마음대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거죠. 수상하지 못한다 해도 순수하게 창의력을
쏟아부었다는 것만으로 우리같은 사람들에겐 '축제'의 의미가
있습니다."
김민석씨는 주말에 동대문이나 백화점에 쇼핑하러 가는 것이 취미란다.
김찬씨는 퇴근길에 늘 만화책을 서너권씩 빌린다. "최대한 긴장을 풀고
즐기는데 집중하면 아이디어도 생깁니다." 김명중씨는 "광고 역시
사람간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사람 사는 모습을 주의깊게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