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게임'을 해보았는지? 사람들 중에 두 명의 마피아가 섞여있다.
누가 마피아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을 늦기 전에 찾아내야 한다.
마피아들은 시치미를 떼고 자신을 변호하거나 다른 마피아를 보호하거나
일반 시민을 마피아라고 매도한다. 화려한 변호와 언술 속에서
일반시민들은 의심되는 사람을 투표로 한 명씩 죽여나가고, '죽은
사람'이 자신의 비표를 펼칠 때마다 환성과 비탄이 엇갈린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까지 마피아가 살아남았다면, 그 게임은 지는 것이다. 다시
비표들은 섞이고, 그 중에 '마피아'표를 뽑은 사람이 다시 비밀리에
활동을 개시한다.

고백하자면, 나는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죽는 마피아이다. 내가 마피아
표를 뽑으면 내 얼굴에는 마.피.아. 세 글자가 확연히 떠오른다고 한다.
"어떻게 알았지?" 질문하면 "얼굴에 써 있는걸!"이라는 답변이
날아온다. 아무리 입에 침을 바르고 열심히 변론해도 소용없다. 그래서
모든 종류의 도박은 나에게는 쥐약이다. 패는 거울에 비친 것처럼 내
얼굴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읽혀진다. 진정한 의미에서, 나는
"사토라레"다.

"사토라레"는 사토 마코토가 '돌연변이'에서 만들어낸 새로운
인간유형의 이름이다. 천만명 중의 한명 꼴로 태어난다는 사토라레는
일명 '선천성 R형 뇌량 변성증'을 앓는 일종의 환자다. 그들은 생각한
바가 주위 약 50m 반경 내에 알려져 버린다. 선의든 악의든, 거짓말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예외없이 천재들이고, 인류에게 유익한 많은 업적을
쌓았기에 정부에서는 노이로제로 자살하는 일이 없도록 보호법을
제정해서 자신이 사토라레임을 알지 못하도록 비밀요원을 붙이고
일반시민이라도 비밀을 발설하면 징역형을 선고한다. 만약 사토라레와
마피아 게임을 한다면, 백중 백 그는 잡히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잘
들통나다니, 혹시 나는 사토라레가 아닐까?"라는 의문을 불러
일으키기만 해도 단체로 감옥에 갈 판국이니 누가 감히 그를 마피아로
지목하겠는가.

문제는 쉽지 않다. 사토라레는 연애를 하기도 어렵다. 비밀 얘기도, 이불
속의 풍경도 전부 드러나는데다 늘 감시요원이 붙는 사토라레와 연애를
할 만큼 대범한 여자는 많지 않다. 가족들은 혹시 집안의 비밀이
새어나갈까봐 긴장된 생활을 풀지 못한다. 의사, 프로바둑기사 등
사토라레의 특성상 평탄할 수 없는 직업도 많다. 결혼상대도 사토라레
대책위원회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에 사람의 생각이 모두 그대로 전해진다면?"이라는, 누구나
한번쯤 할 법한 상상에 달라붙는 하나하나의 문제들을, 작가는 침착하게
다룬다. 보고 있노라면, 불충분한 언어로밖에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인간의 처지가 천만다행으로 느껴질 지경이다. 더불어 작가는 단순한
상상의 나열에서 한 걸음 더 벗어나, 비켜서서 인간을 들여다본다. 전쟁,
호환, 마마 등 위급한 순간에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은
사토라레의 거울을 통해 투명하고 따뜻하게 떠오른다.

(박사(朴士)·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