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외화중엔 공포영화를 찾기가 쉽지 않다. 8월 15일쯤 개봉하는
홍콩 호러영화 '디 아이'(The Eye·8월15일 개봉)가 눈에 띌 정도다.
홍콩의 코엔 형제라 불린다는 팡(Pang) 형제가 감독한 '디 아이'는
아이디어가 특이하다. 각막 이식수술을 통해 19년만에 시력을 얻은 여성
'문'(안젤리카 리)이 목격하게 되는 무서운 환영들을 통해 관객을
공포로 빠뜨리려 한다. 문의 눈에 보이는 건 막 죽은, 혹은 곧 죽을
사람의 모습이다. 이를 믿지 않는 주변사람들의 몰이해로 여성은 거의
정신착란의 지경에 빠진다. 그녀는 치료상담의사의 도움을 얻어,
이식받은 눈의 원주인을 찾아 태국으로 건너가고, 그곳에서 그 눈의 원래
소유자인 '링'이 미래를 예시하는 능력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홍콩에서 올초 개봉, 13일만에 1000만홍콩달러(약16억원)를 벌어들이며
기록을 세웠다는 이 영화는, 시력이 불완전한 여성의 시점을 자주
취함으로써 흐릿한 윤곽에서 갑자기 뚜렷해지는 혼귀의 모습이 주는
공포감을 스크린에 채운다. 특히 엘리베이터라는 폐쇄 공간에서 노인의
혼령을 만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혼귀의 이동을 세심하게 처리한
스테레오 사운드로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주연여배우
안젤리카 리의 연기는 건조하고, 영상 감각은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인지 분별없이 사용되는 찢어질듯한 음향들은 귀를
따갑게만 한다. 그래서 '디 아이'는 색다른 소재에도 불구하고
극장문을 나서는 관객에게 피곤함을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