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구비동화(전3권)
이상배 글 ·곽은숙 외 그림 / 파랑새어린이 / 각권 7000원
동화작가이자 아동서 기획에서도 탁월한 실력을 자랑해온 이상배씨가
기획하고 쓴 '삼국지 구비동화' 시리즈는 의표를 찌르는 그의 기획력을
다시 입증한다.
이 책에 삼국지의 진수를 담는 것은 저자의 의도가 아니다. 초선의
미인계에 놀아난 동탁과 여포의 아둔함, 관우와 제갈량의 권력다툼,
교만한 자의 말로를 경고하는 계륵 일화 등 수많은 처세의 교훈과 삶의
지혜를 담은 이 위대한 고전은 아무리 쉽게 써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 밖의 것이다.
저자는 그래서 어린이를 위한 '동화' 삼국지에 도전한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삼국지의 무대가 된 중국의 누상촌과 장비촌,
탁현, 무한, 적벽대전 전적지 등을 방문, 삼국지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설화나 전설 등 옛 이야기를 취재한 것이 곳곳에 녹아있어, 그런
의미에서 삼국지 외전(外傳)일 수도 있다.
시리즈 1권 '겁쟁이 소년 흥가'에서는 훗날 유비가 되는 흥가의 탄생과
유년기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진다. 사람이 살지 않는 들판에 노인이
나타나 씨앗을 심고 똥을 누고 떠난다. 100여년이 흐른 뒤 그 땅에
떠돌이 유씨 가족이 정착하고 거기서 장차 촉의 주인이 될 유비가
태어난다. 뽕나무 가지 그늘 아래 누워 있는 유비를 보호하기 위해 해가
나무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거나 배가 고픈 그를 살리기 위해 호랑이가
젖을 물렸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주몽 설화나 박혁거세 설화 등 영웅의
건국신화와 흡사하다. 이어 2권 '짚신장수 유비'에서는 아버지의
유품인 보검을 도적떼에 빼앗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황실의 후예임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와 장비와 처음으로 만나게 된 사연 등을 담았다. 3권
'돼지고기 장수 장비'는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이 만나 도원결의를
하기 직전까지의 이야기이다.
이씨는 "권선징악 수준의 교훈을 전달하는 다이제스트 삼국지를 어린
시절에 읽고 삼국지를 다 읽은 것처럼 착각하게 할 수는 없다"며
"원전의 의미를 희생해가며 읽히기 보다는 삼국지의 주인공들이 나오는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정도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