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진달래꽃'의 민족시인
김소월(1902-1934)은 북한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문학평론가 권영민 교수(서울대 국문학과)는 계간 '통일문학'
창간호의 별책부록 '평양에 핀 진달래꽃'을 통해, 김소월에 대한 북한
학계의 평가를 시대별로 정리했다. 북한 원전을 토대로 정리한 이 책에
따르면, 김소월은 시대흐름에 따라 평가에 부침은 있었으나, 대체로
일제하 민족정서를 탁월하게 노래한 사실주의 시인이지만, 계급적
이념에는 이르지 못한 한계가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조선문학사'(1956)는 "소월은 조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풍부한
시흥과 고운 리듬과 절제있는 표현으로 사실주의적으로 노래했다"면서도
"그의 문학활동은 민족해방투쟁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어느 모로나
3.1운동 이후의 시대적 변천에 따라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해방전 조선문학'(1958)은 "소월의 시가에 떠도는 애수는 잃어진
것에 대한 비애로서 극히 낭만적인 색조를 띠게 된 것이 사실"이라면서
"사실주의적 시인인 김소월은 제한된 한계에서나마 당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썼다.
김일성 주체사상이 강조되던 1960년대에 이르면 부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조선문학사'(1964)는 "소월의 세계관은 협애해 현실에
혁명적으로 침투하지 못했고 그의 시문학이 구현하는 애국주의, 인민성,
생활전망성도 그만큼 제한적이어서 비판적 사실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나라 비판적 사실주의 문학연구'(1988)는 그동안 배제했던
민족문학 계열의 이광수, 염상섭, 채만식, 이효석, 김소월, 한용운 등을
비판적으로 수용·평가하고 있다. 이 책은 "소월의 시는 당대 모순에
찬 환경에 대한 저주와 울분에 기초한 강렬한 비판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 기백을 내포한 것으로 단순한 애수나 절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서적 의미를 가진다"고 재평가했다. 한국문학사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진달래꽃'에 대해 "진정한 믿음과 사랑을 가로막아
사람들에게 불행과 고통을 강요하는 온갖 낡고 부패한 봉건윤리에 예리한
비판을 가했다"고 평가,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최근의 '조선문학사'(2000)는 "소월은 일제통치하에서 짓밟히고
버림받은 인민들에 대한 동정, 향토와 조국, 자연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깊은 비애의 정서로 노래함으로써 1920년대 시단에서 민요풍의 시를
개척하고 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노동계급의 계급적 이념과
인민적 입장에서 출발하지 못해 1920년대의 시대적 높이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