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메트가 구렁이를 달래는 신비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그림.투르크 ·이슬람 미술관 소장(터키 이스탄불)

●마호메트 평전

(비르질 게오르규 지음/ 민희식 등 옮김/ 초당/ 1만8000원)

9.11 테러사건이 발생한지도 벌써 9개월이 넘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국내에 출간된 이슬람 관련 서적만도 벌써 30여권이 넘는다. 몇 권의
서적을 빼고는 거의 내용이 없는 단편성 시류에 편승한 상업성
저술이었다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슬람'에 대한 여러 논쟁들을 뒤로하고, 깊은 호흡을 내 뱉어 보는
이 시점에서 이슬람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모색할 수 있는 책 한 권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내심 다행스런 일이다.

'25시'로 잘 알려진 서구 작가 게오르규가 집필한 '마호메트 평전'이
바로 그 책이다. 그리스 정교회 신부였던 작가가 이교(異敎)인 이슬람의
창시자 마호메트의 일대기를 다루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놀랄법한 일로
다가온다.

우리는 흔히 예언자 마호메트의 삶이 범인들의 그것과 사뭇 다를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게오르규는 이교도의 시각에서
매우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눈으로 예언자의 삶을 투영해 내고 있다. 앞서
수 많은 사람들이 예언자에 대한 무수한 글을 남기기는 하였지만,
이것들은 몇 가지 중요한 역사적 사실에만 근거를 둔 것이었다. 반면에
게오르규는 풍부하고 현장감 넘치는 자료와 전거(典據)를 바탕으로
예언자 탄생 이전부터의 그가 함께 했던 시대를 박진감 넘치는 특유의
필체로 재구성해 내고 있다..

이 글에 나타난 마호메트는 단순히 예언자나 종교 지도자를 뛰어 넘어서
인류 역사상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성인이며 지도자이다. 또한
오늘날까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영속적이고 지대한 영향을 끼친 위대한
인물이다. 아무 것도 없는 사막에서 1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대제국을
건설케 하였고, 오늘날 전세계 13억의 인구를 가진 거대한 종교로 발전케
한 그가 가진 힘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으로 게오르규는 무학자(無學者)로 신의 말씀을 전한
마지막 예언자였던 마호메트의 삶의 단면들을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게오르규는 예언자이기에 앞서 하나의 인간이었던 마호메트의 삶을 그의
'인간적 고뇌'와 '인간적 사고'라는 측면에서 접근해 갔던 것이다.
게다가 역자 민희식 교수는 저자와의 개인적인 만남을 통해 저자의
생각에 대한 많은 토론으로 저자를 이해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의
번역에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몇몇 아쉬운 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은 각종 자료에 나와
있는 용어 등의 번역 과정에서 충분히 원어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이슬람에 대한 이해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전체적인 의미
전달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가지는 특유의 문체와
아랍어에서 차용된 단어들의 완벽한 전사가 접목된다면 읽는 이로 하여금
올바른 이해와 더불어 더 많은 감동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황의갑·이슬람 문화연구소 상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