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진주만'으로 시작됐던 블록버스터 전쟁이 올해는 5월31일
개막하는 월드컵 축구 대회 때문에 한 걸음 더 앞당겨졌다.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이 확정된 이무건택 감독의 대형 드라마
'취화선'이 선보이며 할리우드 대형 영화로는 월남전 영웅을 다룬 '위
워 솔저스'와 이름난 만화 주인공을 스크린으로 불러온 '스파이더
맨'이 격돌한다. 한국 영화로는 코미디가 대 강세(强勢).
#남자들이 웃긴다
' 일단 뛰어 '에는 송승헌, 이범수, 권상우, 김영준 등 개성있는 청춘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고교 같은 반 친구인 3명이 우연히 수십억원대
달러를 손에 쥐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렸다.
'정글쥬스'에 양아치로 나왔던 이범수가 강력계 신참 형사로 변신한다.
'일단 뛰어'가 고삐리 3인조에 형사가 뛰어든 이야기라면 ' 4발가락
'은 건달 4인조 이야기다. '친구'의 코믹 업그레이드 버전을 표방하는
이 영화는, 허준호, 박준규, 이원종, 이창훈이 발가락이 4개뿐인 건달
친구들로 출연, 서울에 입성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뤘다.
월드컵 시즌을 맞아, 홍콩의 코미디 황제 주성치도 ' 소림축구 '로
한국을 찾는다. 2001년 홍콩 역대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
주성치가 각본·감독·편집·주연을 도맡아, 현란한 특수 효과와 결합한
'묘기 축구'의 진수를 보여준다. ' 쇼타임 '에서는 로버트 드니로와
에디 머피가 형사 콤비를 이루어 좌충우돌 범죄소탕 작전에 나선다.
40일간 한 혈기왕성한 청년이 섹스를 참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
' 40데이스&40나이츠 '에선 '진주만'의 조시 하트넷이 청춘기
호르몬과 맞서 싸우며, 이발사가 아내의 외도 상대를 실수로 살해해
벌어지는 코엔 형제의 코믹 스릴러 '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에선
빌리 밥 손튼의 괴이한 모습이 볼 거리. 감옥에 수감된 축구 선수가
죄수들을 이끌고 간수들과 경기를 벌이는 코믹 드라마 ' 민 머신 '이
선보인다.
#스케일 큰 영화들이 온다
제작비 70억을 들인 ' 취화선 '은 전국 곳곳의 수려한 풍광과 경기도
남양주 서울 종합촬영소에 대형 오픈 세트로 재현한 종로 거리 등 영화의
바탕이 무엇보다 큰 볼거리. 조선 말 화가 오원 장승업의 드라마틱한
일대기를 그린 이 영화는 장승업 역 최민식의 귀기어린 연기와 임감독의
깊이있는 인물 탐구로 대중성도 상당하다는 평이다. 거지소년을 조선시대
3대 화가로 키워낸 김 선비(안성기), 기생 매향(유호정)과의 인연이
장승업의 붓길을 따라 펼쳐진다.
대형 SF액션 팬터지 ' 스파이더 맨 '이 여름철 블럭버스터 시즌
개막전을 장식한다. 9·11 테러로 붕괴된 뉴욕 무역센터 쌍둥이 건물
사이에 거미줄을 치는 내용 때문에 촬영 중 '위기'를 맞았던 작품. TV
만화로 방영된지는 20년, 원작 만화책이 출판된지는 40년 만에,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 더해진 스파이더 맨의 활약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전쟁 영웅담 ' 위 워 솔저스 '도 선전포고를 한다. 할 무어 장군의
회고록을 고스란히 화면에 옮긴 이 영화는 할리우드 베트남전 영화로는
드물게 '적군'인 월맹군 장군과 병사들도 '대의를 위해 싸운
군인들'이란 시각을 보여준다.
#잔잔한 감동, 그리고 사랑
어린이를 위한 따뜻한 드라마들이 쏟아진다. '피터 팬'의 속편인 '
리턴 투 네버랜드 '는 피터 팬의 존재를 믿지 않는 웬디의 딸이 후크
선장에게 납치되면서 피터 팬을 만나게 된다는 내용의 애니메이션.
스티븐 킹 원작의 ' 하트 인 아틀란티스 '는 엄마와 함께 가난하게
살던 열 한살 소년의 집에, 사람의 마음을 읽는 신비한 노인이
이사오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마흔살의 나이로 메이저리그를
정복한 야구 선수의 인간승리를 다룬 스포츠 영화 ' 루키 '도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이정재, 장진영 주연의 ' 오버 더 레인보우 '는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와 그 기억을 찾아주고 싶어하는 여자의 따뜻한 사랑 이야기.
조승우·이나영 주연의 ' 후아유 '는 현실에서는 어긋나지만,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는 사랑을 느끼는 20대 남녀의 관계를 그렸다.
존 카첸바흐 원작의 ' 하트의 전쟁 '은 2차대전 당시 독일군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포로로 잡힌 법대 출신 미군 장교가 살인 누명을
쓴 미군 병사를 변호하게 된다는 내용의 휴먼 드라마. ' 하이 크라임
'에서는 하버드 법대 여교수가 누명을 쓰고 군법회의에 기소된 남편을
변호하기 위해 군 부대의 음모를 파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