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라울!" 스페인 아이들에게 "가장 닮고 싶은 축구 선수가
누가인가"라고 물어보면 이렇게 입을 모은다. 라울 곤살레스(레알
마드리드·25)는 역대 스페인 최고의 골잡이로 평가 받는 수퍼스타.
동물적인 골 감각, 화려한 개인기, 탁월한 위치 선정 등 공격수의 덕목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그는 1977년 스페인 마드리드 근교 산 크리스토발 데 로스 앙헬레스에서
전기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대여섯 시간씩 지치지 않고 공을
갖고 놀았던 그는 마라도나(아르헨티나)를 보며 꿈을 키웠다.
라울의 출발은 화려하기만 하다. 13세이던 1990년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아틀레티고 마드리드 유스팀에 입단한 그는 1992년 레알 유스팀을 거친
지 2년 만에 프리메라리가 최연소(17세) 데뷔 기록을 세웠다.
1996~1997시즌에는 팀내 최다인 21골을 기록, 리그 우승을 연출했다.
승승장구로 자만심이 싹튼 것일까. 그는 '밤의 유혹'에 몸을 맡기면서
추락했다. 마드리드의 나이트클럽에서 거의 매일 밤 미녀들과 염문을
뿌려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성적이 좋을 리가 만무했다. 1998년 1월
11일부터 4월 12일까지 무려 3개월간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그의
부진으로 스페인은 그 해 프랑스월드컵에서 16강에도 들지 못했다.
라울은 자숙했고 새롭게 태어날 계기를 마련했다. 1998~1999시즌에
25골을 폭발시키며 처음으로 득점왕에 등극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1999년
7월에는 두 살 연상의 모델 마덴 산스와 결혼하며 방황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 때문인지 골을 넣고 나면 꼭 결혼반지에 입 맞춘다. 2000년
2월에 얻은 아들의 이름은 오랜 부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믿어준 발다노
감독을 따라 '호르헤'라고 했다.
2000~2001시즌에는 새로 합류한 루이스 피구(포르투갈)의 도움을 받아
24골을 작렬, 두 번째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팀에는 4년 만이자
28번째 우승컵을 안겼다. 득점도 차곡차곡 쌓여 통산 139골로 스페인
리그 현역 선수 최다기록.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라울은 연봉 10억 페세타(약 70억원)를 받는
갑부지만 검소하게 산다. 선행도 스타급. 거스 히딩크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 지휘봉을 잡았던 1998년 도요타컵에서 우승할 당시 입었던 속옷
상의를 경매에 부쳐 벌어들인 2000만원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가정에서는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아들을
데리고 사냥을 가거나 비디오게임을 즐긴다. 영화광이어서 일주일에
2~3편은 꼭 본다. 배우는 톰 행크스를 가장 좋아하며, 감명깊게 본
영화는 '사랑과 영혼'.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은 스포츠와
다큐멘터리이며 스페인 가요를 곧잘 부른다. 양말과 신발은 반드시
왼쪽부터 신어야만 경기가 잘 풀린다는 징크스가 있다. 정열의 선수답게
빨간색을 선호한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라울에게 이제 새로운 이야깃거리는 없을까. 필생의
숙제인 월드컵의 성공이 남아있다. 또 유로2000에서 페널티킥 실축으로
스페인의 4강 꿈을 날려버리는 등 '큰 경기에 약하다'는 오명도
씻어내야 한다.
( 김주용·러브월드컵닷컴 대표 )
●라울 곤살레스 프로필
◆1977년 스페인 산 크리스토발 데 로스 앙헬레스 출생
◆1m80, 73㎏
◆소속팀:레알 마드리드(1994년~)
◆주요경력: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연소 데뷔(17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2회(1998~1999, 2000~2001시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