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영 회장


애니메이션은 문화콘텐츠 산업의 허브(Hub·중심)다. 출판만화, 캐릭터,
게임 등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 그 관심과 인지도를 증폭시킨다.
한국 창작 애니메이션의 현재와 미래를 읽어보는 '주목! 2002
애니프로젝트' 시리즈를 제 10회로 마감하면서, 제작사, 정부, 학계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좌담을 가졌다. 한국 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강한영
회장, 한국 문화콘텐츠진흥원 서병문 원장, 한국 예술종합학교 박세형
교수는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다른 의견을 밝혔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밝은 편"이라는데 합의했다. /편집자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국 제작사들이 가지는 가장 큰 고민은?

▲강한영= 첫째는 시나리오와 캐릭터 디자인, 연출 등 창작 능력의 부족,
둘째는 제작비 조달의 문제다. 애니메이션은 다른 장르와 달리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고 회수기간도 상대적으로 길어 투자사들이 망설이는 부분이
있다. 마지막으로 방송사 애니메이션 편성의 문제. 세계적인 흐름이
관객을 청소년 층에 맞추고 있는데 우리 방송사는 편성을 오후 5시에
맞춰놓고 있다. 이래서야 볼 수가 있나. 오후 7시30분 이후로 바꿔야
한다. 경쟁력 있다.

▲서병문= 지금까지 우리 애니메이션 산업은 이 분야 마니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고 생각한다. 이제 단순히 정열 가지고 하던 시대는 끝났다.
우수 인력이 이쪽으로 오지 않으면 발전은 없다.

박세형 교수

▲박세형= 꼭 그렇지는 않다. 우리 학교에는 서울대 자퇴하고 오는 학생도
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하나의 바람직한 모델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 가령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나 PISAF(부천
대학생 애니메이션페스티벌)등이 열리지만, 그 속에서 학생들이 배울 게
있어야 한다. 속된 말로 할리우드에서 제일 잘 팔리는 사람 데려와서
워크샵을 여는 식의, 실제 도움이 되는 세미나를 열어야 실력이 는다.

- 콘텐츠진흥원의 지원계획과 제작사들 입장은?

▲서병문=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지켜나가겠다. 가령 50억원을 몇십 개
제작사에 공평하게 나눠주느니, 욕을 좀 먹더라도 될 곳을 집중
지원하겠다.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스타 프로젝트'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70명 가량 되는데 공무원 출신은 한 명도 안뽑았다.
또 이번부터 새로운 심사제도를 시행할 것이다. 교수, 업계 관계자들이
2배수 정도를 뽑으면 최종적으로 해외 시장의 딜러들에게 판단하게
하겠다. 심사부정 시비도 줄이고, 해외 시장에서 통할 작품들을 뽑는다는
일석이조의 의미가 있다.

서병문 원장.

▲강한영= 이건 정부측에 얘기해야겠지만, 우선 애니메이션 의무방영제와
관련한 방송법 개정이 시급하다. 98년만 해도 총 방송시간의 일정비율을
애니메이션으로 방영해야 한다는 총량제가 있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법이 바뀌며 애니메이션 편성시간이 평균 30% 줄었다. 의무방영제 원래의
취지대로 다시 정부가 총량제로 전환해줬으면 좋겠다. 또 진흥원에서는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줬으면 한다. 개별 회사들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 지금 전국에 애니메이션 관련학과를 둔 대학이 80여 곳에 이른다. 전
세계에 유례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배출하는 인력에 대해
제작사들은 불만이라는데.

▲강한영= 이들을 뽑아보면 제작사 입장에서는 쓸 수가 없다. 재교육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동화(動 ), 채색 등 기본을 못하는 실정이다. 모두
컴퓨터 3D만 한다. 이들이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나 디지털 기술에 강한 건
인정해 줘야겠지만, 데생도 못하는데 추상화를 그릴 수는 없지 않은가.


▲박세형= 물론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도 가르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광주 비엔날레에 다녀왔더니 애니메이션 기법을 사용한 작품이
50%가량 되더라. 이렇게 세상이 달라지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동화나
그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학은 현장이 하지 않는 일, 제작사가
주목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콘텐츠진흥원도 이
쪽에 지원을 해 줬으면 좋겠다.

- 실제로 시장에서 성공한 애니메이션은 안타깝지만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식으로 말하는 건 '거품'이
아닐까.

▲강한영=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은 그간 분명 시행착오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성공 사례도 분명히 많다. 현재 제작사들은 국내
시장의 협소함 때문에 해외와의 공동제작으로 글로벌한 시장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일희일비, 단기적으로 보지 않고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분명히 밝다.

●강한영(55) 회장

△67년 홍익대학교 미대 응용미술학과 수료
△74년 ㈜선우프로덕션 설립(현 선우엔터테인먼트 회장)
△2000년 은탑산업훈장 수상.
△현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 협회장

●서병문(54) 원장

△67년 부산대학교 공대 섬유학과 졸업
△95년 삼성영상사업단 기획, 설립.
△97년 삼성전자 미디어콘텐츠센터장 부사장
△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

●박세형(49) 교수

△78년 홍익대 미대 서양화과 졸업.
△현 부천대학생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조직위원장
△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교수
△현 한국만화애니메이션 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