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는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 지역뿐 아니라 태평양 건너
북미대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지구적 규모의 기상현상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8일 현재 홈페이지의 머리뉴스로 "아시아의 황사가
미국에 건너왔다(Asian Dust Storm Crosses USA)"란 제목의 기사를 싣고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한반도를 덮쳤던 황사는 6일 후인
3월 28일 미국의 북서부를 엄습했으며, 29일에는 콜로라도 지역을
지나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콜로라도 지역에서는 중국의 황사로 인한
먼지 오염으로 인해 시야가 흐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해양대기청은
밝혔다. NOAA의 기후관측 및 예보실의 과학자 러스 슈넬 박사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도착한 황사는 중국을 떠날 때보다는 많이
농도가 떨어져 있는 상태이나 여전히 위세를 부렸다"고 말했다.
NOAA는 또한 "작년 4월 태평양을 건너온 황사도 미국 대륙을 건너
대서양까지 닿았다"면서 "콜로라도주의 애스펜에서는 이로 인해
대기오염 경보까지 발령됐다"고 최근의 분석에서 밝혔다. NOAA에 따르면
중국 황사 오염물질을 포집해 분석한 결과, 탄화수소 계열의 오염물질이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존 농도의 상승 현상도
발견됐다는 것이다.
NOAA는 중국 황사가 미국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오는 16일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에 기지를 두는 실험용 항공기를 띄워 한
달간 관측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 황사에 의한 북미대륙의 대기오염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됐던 것은
지난 1997년의 일인데, 당시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의 한 관측소에서는
중국 오염으로 인해 대기오염 농도가 일산화탄소의 경우는 10%,
미세입자의 경우는 50%나 높아졌던 것으로 분석했었다.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는 편서풍에 실려 태평양을 시속 100㎞의 속도로 가로질러 1주일
안에 미국 서부지역에 도착한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1998년 8월, 겨울철의 경우 중국으로부터
날아와 남한에 내려앉은 아황산가스의 양이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아황산가스 총량의 무려 3분의 2나 차지한다는 내용의 '동북아 대기오염
장거리 이동'이란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북한에서도 봄철이면
황사피해를 겪고 있는데, 1995년 5월 북한 노동신문은 "관측자가 밖에
잠시 서 있는 동안에도 옷에 떨어지는 먼지를 관찰할 수 있었으며,
매케한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은 지구 전역에 퍼지고 있으며, 중국의 오염이 세계
환경의 위협요소가 될 것이라는 점은 황사의 사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