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남제주군 서광리 국내 최대 차밭인 ㈜태평양(대표 서경배)
서광다원. 봄이 일찍 찾아와 차나무가 연초록 새순을 피우자 아낙네들이
지난 3일부터 이슬 머금은 어린 잎을 따내기 시작했다. 예년보다 7일
정도 빠르다. 이렇게 딴 어린 잎 중 최상급은 60g짜리 3000통만 생산하는
전통 명차 「일로향(一爐香)」을 만드는 데 쓰인다. 이 차는 99년 세계
명차들이 출품된 중국 국제 차 박람회에서 국제명차 영예상을 받았다.
차의 이름도 다성(茶聖)으로 불리는 초의 스님이 매년 봄 제일 먼저 나온
차잎을 추사 김정희 선생에게 보냈고, 추사가 스님의 다실이름을
일로향실로 지어줬다는 일화에서 비롯됐다. 이곳은 추사가 유배시절 차를
가꿨고 이곳을 초의 스님이 5차례나 찾았다는 차의 유적지이다. 이곳에
태평양이 차나무 100만그루를 심은 것은 83년부터.
7일 이 녹색의 다원 입구에 세워진 차 박물관 「오 설록(O Sulloc)」에는
관광객 등 봄나들이 객들로 가득 찼다. 지난해 9월 개관 이래 찾은
관람객이 5만3000명을 넘어서 새로운 제주의 관광명소로 뜨고 있다.
건물 외형이 찻잔 모양인 지하 1층과 지상 2층, 연면적 465평짜리 건물은
「차에 대한 모든 것」을 견학하고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첫 차박물관.
전시관에서는 5000년의 차 역사와 제조공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개관기념의 「한국의 토기잔」 특별전에 이어 1일부터 6월 말까지
예정으로 「한국다기 명품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차를 담아내는
다구(茶具)의 진수를 보여줘 우리의 전통 차 문화의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마련됐다. 도예명장이며 중요무형문화재 제105호 사기장기정
김정옥씨의 「막사발」 등 전국의 유명 도예인 72명이 출품했다.
다점에서는 녹차와 함께 아이스크림·초콜릿·쿠키 등 녹차를 사용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이밖에 다양한 녹차 제품을 만나는 설록
컬렉션, 영상 세미나가 가능한 영상관 등이 있다. 3층 전망대에서는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녹색 잔디가 깔린 것처럼 16만평 규모의
서광다원이 펼쳐진다. 이곳 서광다원을 포함, 서귀포시 도순다원과
남제주군 한남다원 등 제주 3곳의 다원이 45만평 규모로 태평양 녹차
생산량의 70%를 소화한다.
특히 전시관 밖 2000여평의 야외정원도 일품이다. 파란 잔디와 운치있는
정자, 돌다리, 마른 연못, 제주먹돌로 쌓은 돌탑과 오솔길 등이
어우러진다. 관광객 임정자(44·주부·서울 성북구 석관2동)씨는
『여행의 피로를 풀며 편하고 즐겁게 차를 마시기에 적격』이라고
말했다.
차 박물관 서쪽 10분 내의 거리에 분재예술원이 이웃해 있고, 최근 문을
연 소인국테마파크와 추사 김정희가 귀양살이 했던 추사적거지,
제주조각공원, 산방산 등이 인근에 있다. 박성선 태평양
건강마케팅부장은 『차문화의 전통과 역사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특별전시와 세미나·이벤트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전동차를 타고
차밭을 한 바퀴 둘러 견학하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입장
무료. ☎(064)794-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