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영화로도 만들어져 '숭고한
사랑이냐', '중년의 불륜이냐' 논쟁이 뜨거웠던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10년 만에 속편이 나온다.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매디슨…'의 속편 출간은 출판계에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못지않은 빅 뉴스다. 그러나 메이저 출판사가 저자의 초고를 본 뒤
판권을 사지 않겠다고 발을 뺐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먼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시골에 사는 평범한 주부 프란체스카가
남편과 아이들이 여행을 떠난 사이, 마을에 들른 사진작가 킨케이드와
사랑에 빠진다. 불꽃 같은 나흘을 보낸 뒤 남자는 여자에게 함께
떠나자고 하지만 여자는 남편과 아이 생각에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둘은
22년 동안 서로를 그리워 하면서도 다시는 만나지 못한 채 눈을 감는다.
다음은 이달 말 나오는 속편 '1000갈래 시골길'. 프란체스카와
킨케이드기 헤어진 지 16년이 흘렀다. 프란체스카는 여전히 시골에서
가족과 조용히 살고 있다. 킨케이드는 사진 촬영 중 부상을 입어 몸이
불편하다. 둘은 몇 차례 아슬아슬하게 만날 뻔 하지만 결국 재회는 없다.
저자 로버트 제임스 월러는 1년 전 속편 원고를 '매디슨…'의 출판사
워너 북스에 보냈다. 그러나 이 대형 출판사는 '원고가 기대에 못
미치는 졸작'이라며 책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거절 이유는 "책이 독자들에게 감정적인 보상을 충분히 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출판사는 밝혔다. '전편에는 그나마 둘이 함께 보낸
나흘이라도 있었지만 속편에서는 둘이 한번도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클라이맥스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저자 월러의 입장은 확고하다.
"둘의 재회는 이미 서로 다시는 보지 못한 채 눈을 감는다는 전편에
대한 모독"이라는 입장이다.
월러는 뉴욕의 다른 대형 출판사를 물색하는대신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텍사스주 동네의 작은 출판사에서 속편을 내기로 했다. 그리고
출판사 임원의 도움을 받아 원고 수정에 나섰다. 물론 주인공 커플이
만나지 못한다는 뼈대는 그대로 놔둔 채였다. 1년 전 워너 북스에게
문전박대 당한 월러를 대형 출판사들이 은근히 비웃었지만 아직 승자가
누구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속편을 내는 출판사는 대형 서점으로부터의
주문이 빗발치면서 책 초판을 2만5000부에서 25만부로 늘려 잡았다. 뉴욕
타임스는 "실제 독자가 책을 얼마나 살지는 미지수"라며 그러나 "워너
북스의 회장이 '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속편을 출판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