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의 굉음 대신 늑대 울음소리를 듣고 싶다. 한밤중 소란을 떠는
무례한 폭주족 대신 달리는 늑대 무리를 보고 싶다. 늑대들은 한때
한반도에도 살았으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 땅에서 늑대는 이제
멸종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대신 개들이 우글거린다. 애완견, 투견,
마약탐지견, 거리의 동물병원들, 그리고 뒷골목의 단고기집(보신탕집).
며칠 전에는 시각장애자와 함께 지하철 타는 안내견을 보았다. 개는
불쌍한 장애인을 보호했다. 지하철 문 쪽에 서서 주인이 밖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 아름다운 광경은
이상하게도 메마른 가슴을 깊이 할퀴고 지나간다. 저토록 착한 개는
누구인가? 개들은 한때 늑대였다. 1만4000년 전쯤에는 늑대였던 짐승이
이제는 잘 길들여져 쓰레기와 소음과 매연이 넘치는 대도시에서
맹인안내견이 되기도 하고, 보신용 음식이 되기도 하고, 애완동물이 되어
재롱을 떨기도 한다.

우리는 늑대 (몰리 그룸즈 글, 루시아 구아르노타 그림, 어린이중앙)는
야생 늑대 이야기이다. 늑대 가족이 있다. 엄마 늑대가 있고 아빠 늑대가
있고 삼촌 늑대도 있다. 장난꾸러기 형제 자매인 어린 늑대들이 있다.
늑대 가족은 먹어야 산다. 비열한 밀렵꾼처럼 돈에 눈이 멀어서가 아니라
배가 고파 늑대는 사냥을 한다. 늑대는 뛰어난 사냥꾼이다. 침착한
관찰자며 먼 길에도 지칠 줄 모르는 여행자다. 비에 젖은 늑대 털 냄새를
맡고 싶다. 동물원의 죽은 고깃덩어리를 씹는 병든 늑대가 아니라 이빨이
강한 늑대, 눈빛이 또렷하게 살아있는 늑대, 황야를 바람처럼 달리는
늑대를 보고 싶다. 늑대의 몸을 받은 것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늑대,
본능이 살아있는 늑대, 늠름한 늑대여, 내가 보기에 너는 잘 생겼단다.
문명 속의 그 어떤 개들과 비교해서가 아니라 너는 정말 늑대답게 참 잘
생겼단다.

( 최승호 /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