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에서 선보일 다큐멘터리 ‘곤충,그들만의 세상 ’.곤충들이 짝짓기를 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28점박이 무당벌레 암수가 짝짓기를 하는데 다른 수컷이 달려들어
새치기한다. 모시나비 암컷은 짝짓기를 하고 나면 수컷의 '정낭'이
옮겨붙어 표시가 난다. 열점박이 별잎벌레는 짝짓기를 하면서 사시나무
떨듯 떤다. 왜일까?

1㎜~3㎝ 밖에 안 되는 곤충들의 신비한 사생활을 들여다 보는 이색 자연
다큐멘터리가 방영된다. 6일 밤 10시50분 SBS TV가 방송할 '곤충,
그들만의 세상'(연출 강부길). 김정환(金丁煥) 고려곤충연구소장이 5년
동안 전국을 다니며 6㎜ 카메라로 30분짜리 테이프 400개를 찍은
역작이다. 그중 '엑기스'를 편집해 50분짜리 '음악이 있는 다큐'로
만들고, 손범수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더빙해 드라마처럼 엮었다.

자연 다큐멘터리는 재미있다. 특히 곤충의 삶은 감동적 드라마로 '딱'
연결된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6~7년 동안 애벌레의 세월을 견뎌낸
뒤 화려한 성충으로 태어나는 곤충. 하지만 성충으로 태어난 뒤의 삶은
너무 짧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곤충이 성충 기간 중 '짝짓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강부길(46) PD는 "곤충의 삶의 목표가
'짝짓기', 곧 종족보존의 본능적 행동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1주일을 살든 하루를 살든 짝짓기를 위해 목숨을 거는 곤충들.
다큐멘터리 무대가 되는 우리 사계(四季)의 자연이 곤충의 움직임과 함께
생생하게 담겨 영상미가 빼어나다.

잠자리가 찍짓기 하며 만드는 하트 모양, 일벌이 애벌레를 씹어 새끼에게
먹이는 모습, 왕거위벌레가 나뭇잎 끝을 말아 집을 짓는 모습이 사람과
비슷하다. 호리병벌이 고운 흙에 침을 발라 새끼 키울 집을 짓는 것을
확대해서 보니 마치 도공(陶工)이 도자기를 빚는 것 같다. 호리병벌은
새끼를 낳은 뒤엔 도자기 주둥이처럼 벌어진 집 입구에 마취된
나방벌레를 먹이로 밀어 넣는다.

곤충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름답고 재미있는 것만은 아니다.
변태를 하다가 자기 눈을 잘못 찔러서 죽는 잠자리, 배짱이를 게걸스럽게
잡아 먹는 사마귀, 자기가 살기 위해 형제 몸을 찍어 죽이는 무당벌레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개체수를 유지해가는 자연의 '잔인한
섭리'를 깨달을 수 있는 장면들이다.

촬영을 한 김 소장은 "곤충의 생활에는 적도 있고 협력자도 있고
공생하는 관계도 있어서, 볼수록 인간하고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국곤충학회 이사이기도 한 그는 '한국의 딱정벌레'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비 백가지' 등의 저서를 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