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이목을 집중시킨 지난달 25일 수방사 총기 탈취 사건과 지난 9일 서울 상봉동 한빛은행 중랑교지점 소총 강도사건은 한탕을 노린 20대 초반 대학생들의 범죄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들이 평소 카드 등을 이용해 사치스런 생활을 해왔다는 주변의 진술에 따라 카드빚에 몰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이들의 카드 사용 내역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이들은 서해안 전방지역을 관할하는 해병대 일선부대 무기고에서 실탄 400발까지 훔쳐 군 부대의 경계·경비태세에 큰 취약점을 드러냈다.
두 사건을 수사 중인 군·경 합동 수사본부는 지난 23일 오후 10시50분부터 다음날 0시20분까지 경북 안동과 경기 일산 등지에서 유모(23·A대 2년 휴학)군 등 용의자 4명을 검거해 조사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고 24일 밝혔다. 군·경은 이들 중 이모(23·A대 2년 휴학)씨가 일산의 작은아버지 사무실에 숨겨 둔 K-2소총 2정과 실탄 399발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범인들은 누구인가
주범인 유씨를 비롯한 4명은 안동 모 고등학교 동기들로 모두 안동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이었거나 휴학 중이었다. 유씨가 절도 전과 2범, 공범인 이씨가 폭력 전과1범이었으나 큰 범죄경력은 없었다. 이들의 고교친구인 김모(23)씨는 “두 사람은 고등학교 때도 카센터나 상가를 털었다고 자랑한 적이 많았다”며 “서너 달 전에는 이씨가 크레도스 자가용을 가져와서 ‘내가 산 차’라며 자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두 사람은 유명 메이커 옷만 입고 다녔고 하룻밤에 50만원씩 카드를 긋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작년 4월 대당 1500만원이 넘는 스타렉스 승용차를 몰고 다녔으며 여자친구에게 한 벌에 수십만원 하는 옷을 사주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씀씀이가 헤펐던 유씨가 고향에 성공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 카드빚을 내 호화생활을 하다가 빚에 쪼들리자 「한탕」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범행과정
이들은 지난달 12일 일산 이씨의 집에서 주범 유씨의 주도로 범행을 준비했다. 특히 이들은 갱영화 ‘히트’를 보면서 은행강도 수법을 도상연습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의 차에서 발견된 수첩에는 ‘(범행시간은) 군 경계병의 긴장이 풀리는 오전 2~3시대’, ‘어둡고 식별하기 어려운 몰골로 잠입한다’ 등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으며, 여러 명이 현장에서 동시통화를 하기 위해 무전기 3대도 구입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4일과 25일에 걸쳐 서울 용산구 원효로 4가, 일산 등지에서 범행에 사용할 싼타페승용차와 번호판 등을 훔쳤으며 25일엔 서울 관악구 남현동 수방사에서 K-2소총 2정을 탈취했다. 지난 1일 오전 1시쯤에는 유씨가 자신이 근무했던 인천광역시 강화군 해병2사단 모부대에 배수로를 이용, 침입해 탄약고 자물쇠를 절단기로 부순 뒤 실탄 400발을 훔쳐나왔다. 유씨는 경찰조사에서 “새벽시간대에는 고참은 자고 졸병만 근무를 서는 점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범행 후 유씨 등 3명은 안동에서, 이씨는 일산에서 도피생활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