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384~322 BC)는 걷기를 철학에 접목 시킨
최초의 철학자이다. 그는 생전에 그가 세웠던 학원인 '리케이온'에서
제자들과 함께 걸으며, 사색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철학을 교육하고
토론했다. 그래서 그와 그의 제자들은 '소요학파(逍遙學派)' 또는
'산책학파'라고 불린다. 2000여년의 시공을 뛰어 넘어
아리스토텔레스와 '걷기와 정신건강'에 대해 가상 인터뷰를 가졌다.
-소요학파란 무엇인지 알기 쉽게 말해 달라.
"나는 알렉산더 대왕을 가르치기 위해 마케도니아에 갔다가 아테네로
돌아온 후 '리케이온'에서 제자들과 함께 페리파토스(산책로)를 걸으며
대화하고 토론했다. 산책하며 사색한다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굳이 걸으면서 사색을 하는 교육법을 채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걷는 게 생각하는 훈련을 하는 데는 무척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감각세계에 관심이 많다. 내 아버지가 의사였고, 나도 한때
의사였다. '약냄새'에 싸여 자라난 성장배경탓 인지 밖을 걷는 다는
것이 감각적인 세계를 느끼고 관찰하는 좋은 방법임을 터득했다."
-걷기로 거둔 성과는 무엇인가.
"자연사 박물관과 동물원을 세웠다. 이곳을 거닐면서 다양한 생명에
대해 경이감이 일었고 생명은 스스로 신경계통과 두뇌를 만들어 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걷기는 이런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걷기가 사유와 정신건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내 생각에 걷기는 발에 자극을 주는 행위이며, 그것이 인간의 감정과
정신을 자극할 것으로 본다"
-혼자서도 걷기를 즐기는가.
"물론이다. 나는 틈만 나면 걷는다. 그렇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나의 철학이론 중에는 혼자 거닐면서 문뜩 그 단초가 떠오른 것이
많다."
-후세 철학자들도 걷기를 즐겼다. 루소는 '내 몸이 움직이고 있어야 그
속에 내 정신이 담긴다'고 했고, 니체는 '나는 손만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내 발도 항상 한몫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또
키에르케고르도 '나는 걸으면서 나의 가장 풍요로운 생각을 얻게
되었다'라고 했다.
"역시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걷기가 사색에 왜 좋은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요즈음 현대인들은 거의 걷지를 않는다. 교통수단이 발달해 먹는 것에
비해 움직임은 훨씬 덜 해졌다.
"문명의 발달로 삶이 편리해진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편리를
추구하면서 잃는 것이 있을 것이다. 자연속을 천천히 걸으며 주변 사물을
사유하고 자기 자신을 성찰할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 많은 현대인이 온갖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하고 정신건강에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행복과 건강은 이성적인 노력을 통해서
이뤄지지 않는다. 삶 속에서의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걷기는 이런 실천의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