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종연구 제대로 안돼 애먹죠" ##
## '왕규'란 인물 재조명, 여성캐릭터도 살릴것 ##
"역사드라마는 인물에 대한 접근이 중요합니다. '태조 왕건'으로
궁예와 견훤을 다시 보게 됐다면, 이번에는 왕규를 다시 보게 될 겁니다.
왕규를 그저 권력을 위해 난을 일으킨 사람이 아니라 권력다툼 과정에서
희생된 인물로 보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통일 직후의 고려를 배경으로 펼쳐나갈 KBS 1TV 새 대하극 '제국의
아침'이 지난 주말 드디어 선보였다. 첫 방송은 물량을 쏟아부은 장중한
영상, 백두산 천지에 오른 왕건의 두 아들 요(최재성)와 소(김상중)의
강한 캐릭터, 왕건 사후 전개될 권력 다툼의 전조 등을 버무려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았다. 첫 회 방송 시청률도 31.9%(AC닐슨 집계)로
전작 '태조 왕건'의 아성을 거뜬히 지켜냈다.
이 드라마 집필을 맡은 이환경(52)씨는 이제 국내 최고의 '사극 전문
작가'다. 1982년 KBS TV문학관 '갯바람'으로 데뷔한 그는 90년대
'전설의 고향'도 50여편 썼다. 96년 '용의 눈물'로 입지를 굳혔고,
작년에는 '태조왕건'으로 한국방송대상 작가상을 거머쥐었다. SBS가
7월 방영을 계획으로 촬영 중인 '야인시대'와 최근 개봉한 영화
'싸울아비'도 그의 작품이다.
"불완전한 통일국가였던 고려의 틀을 제대로 잡은 왕인 광종의
비인간적인 면, 비정함 등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왕건에 대한 글은 대학
석사논문까지 뒤져서 500여편을 읽었는데, 광종에 대한 논문은 50여편에
불과하더군요."
이씨는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이면서도 극작가로 입신한 입지전적
인물. 15년 전쯤 술친구인 KBS 안영동 드라마제작국 주간이 "고려사를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한 바람에 사극에 빠져들었다. 그는 대본을
직접 쓰지 않고 구술(口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문하생이 컴퓨터에 치지요. 떠오르는 대사를 내가 직접 말로 하는
거예요. 신들린 무당처럼 말이죠. 처음엔 무척 쑥스러웠어요. 하지만
컴퓨터는 아무리 연습해도 1분에 150타 이상 안되는 걸 어떡합니까.
입으로 쓰면서 작업속도가 3~4배 빨라졌어요. 반나절이면 1회분
완성하고, 내키는 날엔 하루 2편도 써요."
이씨는 주요 인물의 캐스팅에도 간여한다. 궁예 역에 김영철을 요청했고,
이번 광종 역의 김상중도 직접 추천했다. 하지만 '태조 왕건' 때도
그랬듯, 여성 캐릭터엔 무심한듯 하다.
"원래 여자 이야기를 잘 쓰지 못해서 그래요. 그래서 여배우들이 제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으려고 한대요. 허허. 하지만 이번엔 '태조 왕건'
때보다는 여성 캐릭터를 살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