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남자 동료들과 맘 속 얘기 터놓던 예전 직장 생각나" (남) ##
## "점심 먹고 휴식시간 수다 떨 상대 없어 때론 여직원 그리워" (여) ##
여사원이 180명인 모발관리회사 스벤슨 코리아에서 김수상(39) 차장은
'청일점'이다. 남다른 점? 1주일에 한두번은 머드팩을 한다. "여자들
사이에 있으니까 피부가 더 지저분해 보이잖아요."
남자사원이 35명인 벤처회사 ㈜씨디네트웍스의 '홍일점'은
이일숙(여·29) 대리. 생전 안보던 스포츠신문을 보고 있다. "남자들
대화에 끼려니까 할 수 없더라고요. 인터넷 스포츠 사이트도 뒤지고,
스포츠센터 다니면서 같이 헬스도 해요."
'청일점' '홍일점' 둘이 만나니 유달리 할 말이 많다. 마침 둘다
1년여 전 회사를 옮겼다. 막상 가서 보니 사무실 전체에서 혼자 '딴
사람'이었다.
(김)"첫 출근 하던 날 젊은 여사원들 사이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얼마나
쑥스럽던지…. '야, 이거 기가 팍 죽겠구나' 무지 걱정되더라고요."
(이)"전 더했어요. 여고랑 여대 나와서 남자들하고 같이 지내는 게
처음이었거든요. 처음 석달 동안은 회사에서 아무 말 안하고 가만이
앉아만 있었어요."
하지만 1년여 지내면서 예전 직장에서는 꿈도 못꾸던 변화가 생겨 너무나
만족스럽다며 이들은 활짝 웃었다.
(김)"일단 생활이 깨끗하고 건강해졌어요. 몸에서 담배 냄새 나서
싫다고 직원들이 대놓고 말하니까 담배는 점심시간에 회사 밖에서 잠깐
피우죠. 덕분에 예전에는 하루 1갑 정도 피우던게 지금은 2~3개피로
줄었어요. 한번은 여직원이 '차장님이 화장실에서 담배 피워서 복도까지
연기가 찬다'고 핀잔주더라고요. 아마 남자사원이 그렇게 말했더라면
되게 기분 나빴을텐데 이상하게 하나도 기분 안 상하더라고요. 회식 할
때에도 룸살롱 대신 호프에 가고, 밤 12시 전에 귀가하니까 가족들도
좋아하죠."
(이)"여자 혼자니까 '밥 먹었냐' '춥지 않냐' 꼭 한마디씩
챙겨주잖아요. 그런 친절한 말 한마디에 얼마나 일할 기운이 나는데요.
남자들이랑 1년 8개월 지내니까 관심폭이 두루 넓어진 것도 좋고요.
요즘은 축구중계도 꼭 보고, 각종 마라톤 대회에 단체로 참여하는 건
이제 제가 맡아 하고 있어요."
(김)"저는 여자들 사이에 있다보니 경쟁심이 생겨서 외국어 학원을
다녀요. 예전 직장에서는 퇴근하면 남자들끼리 으레 술 한잔 기울이곤
했는데, 젊은 여자들은 퇴근하면 학원에 가더라고요. 나만 밀리겠구나,
긴장 돼서 작년 7월부터 저도 퇴근 후 학원에 가서 영어와 중국어를
공부합니다."
회사 전체에서 혼자만 다른 성이라는 게 편한 것만은 아니다. 자랑을
실컷 늘어놓고 난 뒤에 남자끼리 여자끼리 있을 때의 즐거움이 그리울
때도 적잖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가끔 술 거나하게 나누며 동료들과 진솔하게 진하게 얘기 나누고
싶을 때, '금연' 표시 무시하고 담배 버젓이 피워보고 싶을 때 예전
직장 생각나요."
(이)"점심 먹고 나서 이런 저련 얘기하며 수다 떨고 싶을 때 있잖아요.
남자들하고는 그게 절대 안돼요."
각각 직장에서 '연애 상담' 담당이고, 밤늦게 동료의 애인 집에 대신
전화해주는 것도 한두번 해 본 게 아니라는 두 사람. 2시간에 걸친
이야기를 마치며 "친구들한테도 이런 회사 다니라고 추천해주고
싶다"는 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