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야 리사의 소설은 마치 “이제 더 이상 ‘미성년자불가 ’란 없다 ”는 듯이 10대들의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인스톨

와타야 리사 지음 /
김난주 옮김 /
현대문학북스 /
7000원


문학은 꿈이다. 그 꿈자리가 사납다. '에로에는 한계가 없다'는 왜곡된
추앙에 책임을 묻고 싶어진다. 이 소설에서는 여고 3학년과 초등 6학년이
마주 앉아서 스카토로(scatology의 일본발음)를 논의한다. '배설물을
먹으면서 엑스터시를 느끼는 성적 취향'이다. 문화의 생산에서
소비까지를 관장하는 오늘날의 모든 유통은 윤리를 벗었다.

수험 스트레스에 짓눌린 여학생도 과감하게 주변을 벗는다. 옥상 투신?
무슨 말씀. 그녀가 벗는 방식은 모든 소유물을 버리는 것이다. 밤을 새워
자신의 방에 있는 모든 물건을 쓰레기장에 버린다. 학교는 애시당초
빠이빠이다. 이혼한 엄마에겐 비밀이다. 그녀는 한 아파트에 살면서
우연히 만난 초등 6년생과 음모를 꾸민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섹스
채팅 사업이다. 벽장 은밀한 곳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오전은 그녀가,
오후는 꼬마가 사업을 진행한다.

'그렇게 큰 게 어떻게 들어가' 혹은 '여기, 여기 깨물어' 처럼 진짜
섹스에 가까운 대사는 고객들이 달가워 하지 않는다. 요령은 리듬과
타이밍이다. '꺅!' 한마디 처럼 짧은 단어의 속도감이 상대를
자지러지게 한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성별 위조자를
'네카마'라고 부른다. 섹스 채팅에서 '떨어질게'는 퇴실을 뜻한다.

유아 성희롱을 뜻하는 뻬도필(프랑스식 발음)의 정도를 넘어 선 대담한
풍경이 펼쳐진다. 초등생 꼬마가 에로 요법까지 제안한다. 섹스
다이어트의 발전 형태다. '당신의 고뇌는 에로의 스케일에 비하면
너무도 보잘 것 없습니다'(89쪽)라고 말해주면 된다. '게다가 에로의
세계는 먼저 뛰어들면 결코 무섭지 않은 법이다'라는 말을 태연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셋이서 고객을 속이는 섹스 장사꾼이 된다. 동일한 채팅 손님을
상대로 여고생과 초등생이 번갈아 상대하고, 몸으로 그를 상대해주는
유부녀도 있다. 그러나 사이버 속의 가상 인간이 아닌, 살아있는 인간,
곧 떠나버리지 않을 인간을 만나고 싶은 욕망도 그들에게서 먼저
시작된다. 컴퓨터의 연결망은 벽장 속에서 세상으로 퍼져 나간다.
연결고리는 우스꽝스럽게 초월적인 자세를 취한다. 가상은 거짓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것에 우리는 즐겁게 지배당하고 있다. 그것이 자유라고
서로에게 권하고 있다. 그것이 새 세상을 가져왔다고 흥분했었다.
인스톨(install)만 하면, 징~하는 소리와 함께 그 세상이 열린다고 잠시
착각한다.

저자는 여고 3학년이다. '일본의 여고생'은 오늘날 세계적인 에로
브랜드가 돼 있다. 그들의 세계를 엿보고 싶은 분들께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