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말기 판정을 받아 교단을 떠나게 된 구일중학교 박경조 교장선생님이 1일 개학을 맞아 학생들이 전달한 편지들을 보고 있다. <br><a href=mailto:gibong@chosun.com>/전기병기자 <

## "우리들의 영원한 선생님"…학부모들이 포상 요청 ##

서울 구로구 구일중 박경조(60) 교장은 37년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오는 8일 명예퇴직한다. 정년을 2년 반 앞뒀지만, 작년 7월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아 더이상 일을 계속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작년 초 몸이 아프고 체중이 주는데도, 학교 일에 파묻혀 검진을 미루다
맞은 '사형선고'였다. 이후 병원과 학교를 오가는 힘겨운 투병생활을
계속했지만 병세는 돌이키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달 말 구일중 학부모들은 "교장선생님 부임 후 여러 모로 좋아져
아이들 자랑이 대단한데 떠나신다는 게 웬말이냐"고 아쉬워하면서
남부교육청을 찾아가 포상을 요청하기도 했다.

99년 9월 박 교장이 부임한 뒤 구일중학교엔 '긍정적 변화'가 끊이지
않았다. 먼저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받아 도시·농촌
교환학습, 가야금·영어·일어·플루트·컴퓨터 등 특기적성교육을
활성화시켰다. 쓰레기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묵살됐던 교내 매점 개설
문제도 즉각 허용됐다. 단체급식 요구도 받아들여 급식용 건물도 한 채
지어졌고, '느티제'라는 학교축제도 생겼다.

학부모 김용희(여·43)씨는 "출퇴근은 물론 출장 때도 버스를 타실
정도로 검소하고, '커튼이 낡았다'며 모든 교실의 커튼을 바꾸면서도
정작 교장실 커튼은 그대로 두신 분"이라고 했다. 학부모들의 식사 대접
간청에도 단 한번 응한 적이 없다고 한다. 2학년 변수연(13)양은 "작년
여름 인제로 교환학습을 갔을 때 우리들과 얘기를 나누시던 자상했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우리들이 무엇이 힘들고 어려운지 찾고 해결하려
애쓰신 분"이라고 했다.

수십년 동안 박 교장을 잊지 않고 따르는 제자들도 많다. 70년대
용산여중 시절 제자였다가 바로 구일중학교 학부모가 된 김양희(47)씨도
졸업 이후 30년간 꾸준히 박 교장을 찾아 왔다.

"담임을 처음 맡은 37년 전 일입니다. 어느 학생이 등록금 1000원을
잃어버렸어요. 종례 때 아이들에게 '훔쳐간 사람은 창고 옆에 돈을 갖다
놓아라. 돌려준다면 대신 내 돈을 1000원 올려놓을테니 정 필요하다면
써도 좋다"고 했지요. 다음날 창고에 가니 1000원이 놓여 있더군요.
약속대로 새로 1000원을 놓았지만,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어요."

박 교장은 옛일을 회상하면서 "그 뒤로 잘 먹고, 잘 입고 환경은 많이
바뀌었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은 변함이 없다"며 미소지었다. 그는
"단지 벌여놓은 학교 일을 마무리 못하고 떠나 아쉬울 뿐"이라고 했다.

서울사대 국어과를 졸업한 박 교장은 64년 서울 광희중을 시작으로
25년간 교사생활을 한 뒤, 교육부·시교육청, 신연중 교감을 거쳐 99년
구일중에 왔다. 병세는 악화되고 있지만 2월 7일 졸업식을 주관하고,
다음날 퇴임식을 갖는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퇴임식 때 작은 보은행사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