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부주석(왼쪽),쩡칭훙 당 조직부장

## 오는 9월 제16기 全大서 지도자로 떠오를 듯 ##


올해 9월, 세계 최대인 13억 인구의 나라 중국에서 지도자가 바뀐다. 9월
공산당 제16기 전국대표대회(16전대)를 계기로 장쩌민(76)
국가주석, 리펑(74)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 주룽지(74) 국무원총리 등 70대
중반의 소위 '3세대' 지도자들이 은퇴하거나 2선으로 물러나고,
후진타오(60) 국가부주석을 필두로 하는 '4세대' 지도자들이
이들을 대체하게 된다.

◆ 비상 임박한 후진타오

초미의 관심사는 과연 9월 16전대에서 후 부주석이 장 주석의 뒤를 이어
중국의 최고 지도자인 당 총서기로 부상하느냐는 것이다. 중국 안팎의
정치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렇게 보지만, 후 부주석은 그럴수록 자세를
낮추고 있다. 장 주석이 후 부주석보다 심복 쩡칭훙(63) 당
조직부장에게 애착을 갖고 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스럽다.

후 부주석은 작년 9월 말 '세계무대 공식 데뷔'로 평가되는 유럽 5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당시 일부 언론들은 이 여행을, 후 부주석의 후계
확정을 대외에 공표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후 부주석은
귀국하자마자 "나에 대한 보도를 줄이라"는 지시부터 내렸다.

후 부주석은 그러나 독자적인 행보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지난달 전국
당조직부장 회의에서 "우수한 젊은 당 간부를 대담하게 기용해야
한다"며 당의 물갈이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모습을 과시했다.

후 부주석에 맞서는 일부 견제세력이 있지만 후 부주석도 만만찮은
지원세력이 있다. 오래 전부터 그를 중앙으로 발탁하고 지원해온 당 원로
쑹핑과 차오스 등이 그들이다. 장쩌민 주석도 이들 때문에
쩡 부장을 노골적으로 지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 부주석이
올 가을 총서기로 선출된 뒤 당군사위 주석과 내년 3월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주석에까지 선출된다면 명실상부한
최고 지도자로 등극한다.

9월 당대회에서 새로 구성될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면면은 중국
권력구도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줄 것이다. 7인 상무위원회는 당총서기를
비롯, 차기 국가주석, 국가부주석, 총리, 전인대 상무위원장,
정협(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등 거의 당연직들로 채워지기
때문에 내년 전인대 이전에라도 향후의 권력 지도가 드러나게 된다.

후 부주석과 함께 4세대 트로이카를 형성할 인물로는
원자바오(60) 부총리와 쩡칭훙 부장이 유력하다. 원 부총리는 주
총리 후임으로 거의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권력의 핵심인 당정치국
상무위원으로는 이들 외에 리루이환(68) 정협 주석과
리란칭(70) 부총리, 뤄간(67) 당중앙 정법위 서기,
우방궈(61) 부총리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 물러가는 장쩌민

장 주석은 마오쩌둥, 덩샤오핑의 뒤를 이어 13년간
중국을 이끌어왔다. 국가주석과 당총서기, 중앙군사위 주석 등 핵심
권력을 모두 장악해온 그는 이제 은퇴나 2선 후퇴를 준비하고 있다.
당총서기 자리는 오랫동안 맡아왔고 스스로도 세대교체를 주창해온 만큼
9월 당대회에서 물려줄 것이 확실하다. 국가주석직도 한 차례 연임했기
때문에 내년 3월 전인대에서는 물러날 수밖에 없다. 다만 중앙군사위
주석직만은 연임 제한이 없어 이양 여부가 불투명하다. 장 주석 자신도
"당과 인민들이 결정할 일"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지만,
결단의 시기는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장 주석은 지난해 가장 화려한 한 해를 보냈다. 7월에 2008년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이어진 국가적인 대경사들은 그의 최고 치적들로
기록됐다. 9월엔 상하이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개최했고, 12월엔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했다.

장 주석은 그러나 권력 이양 이전에 해야 할 일이 또하나 남아있다.
자신의 '3개 대표 이론'과 '7·1 담화'를 올 가을 당대회에서
당장에 삽입시키는 문제다. '3개 대표 이론'이란 당이 선진사회
생산력의 발전 요구를 대표하고 선진문화 발전 방향을 대표하며 광범위한
인민의 근본이익을 대표해야 한다는 이론이며, '7·1 담화'는 이 3개
대표이론에 따라 사영 기업가들에게도 당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당 개혁론이 핵심이다. 이 이론들이 당장에 삽입되면 장 주석은 마오와
덩 같은 선배들과 동일한 지도자 반열에 오르게 된다.

◆후진타오와 쩡칭홍은…

현시점에서 중국 차기 최고지도자로 후진타오(胡錦悼) 부주석을 꼽는
데 주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일부 중화권 언론들은
쩡칭훙(曾慶紅) 당조직부장이 그의 강력한 라이벌이 되리라는 예측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두 사람을 비교하자면, 후 부주석은 '치밀한 모범생', 쩡 부장은
'저돌적 공격수'로 통한다. 후 부주석은 덩샤오핑(鄧小平)·쑹핑(宋平)·
차오스(喬石) 등 원로들의 총애로 급성장했고, 쩡 부장은 장 주석의
충직한 가신이다.

집안 배경은 쩡 부장쪽이 훨씬 화려하다. 후 부주석은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떴고 아버지가 토산품 잡화점의 직원이었다. 반면 쩡 부장은
군부에 막강한 인맥을 갖고 있었던 당간부 쩡산(曾山)의 아들이다.

후 부주석은 간쑤(甘肅)·구이저우(貴州)·시짱(西藏) 등 외곽에서 당
서기를 지내다가 1992년 일거에 권력핵심인 당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부상했다. 이에 비해 쩡 부장은 1989년부터 장 주석의 분신 노릇을
했으나 주위의 견제로 아직도 정치국 후보위원에 머물러 있다. 쩡 부장은
장 주석이 상하이시 서기로 있던 89년 베이징에서
대학생들의 민주화 시위인 '천안문 사태'가 터지자 상하이의 시위
움직임을 앞장서 진압하면서 장 주석의 총애를 받기 시작했다.

막판 권력이양 과정에서 어떤 이변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쩡 부장은 장
주석 퇴진 이후 견제세력에 시달릴 것이라는 설도 만만찮다.

( 북경=여시동특파원 sdyeo@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