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분만의 둘러싸고 학계의 견해차이가 매우 크다. 1999년 6월,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의 수중분만이 도화선이 돼 현재 전국 50여개 산부인과에서
이 분만법을 시행하고 있다. 2500~3000명의 아기가 수중분만으로
태어났다고 추정된다. 그러나 학계에선 '검증되지 않은 분만법'이라
혹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중분만법을 국내에 최초 도입한
한양대병원 박문일교수와 이를 반대하는 서울대병원 전종관교수가
수중분만의 안전성과 효과 등을 둘러싸고 격돌했다. 대담과정에서
여러번 언성이 높아질 정도로 대담은 뜨겁고 진지했다.

- 박문일 :수중분만은 고대 이집트와 크레타 문명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1803년 프랑스에서도 시행된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의 수중분만은 20세기 중반 이후 구 소련과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
시작됐으며, 현재 영국에서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수중분만은 진통이 적고 분만시간이 단축되며, 마취제나 분만촉진제 등
약물투여가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산모의 만족도도 매우 크지요.
국내서 시행된 약 650건의 수중분만을 조사한 결과, 수중분만 중
자연분만에 실패해 제왕절개를 한 비율은 8.5%로, 일반적인 침대분만 중
제왕절개 수술률(43.6%)의 5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또 침대분만시 100%
시행하는 회음절개술(아기가 나오기 쉽게 질 입구를 절개)도
수중분만에선 35%만 이뤄졌습니다.

- 전종관 :수중분만은 태아의 감염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태아의 머리가
나오는 '분만 2기'엔 산모에게서 대변이 나와 물에 둥둥 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들이 태아의 코와 입으로 들어감에 따라 심각한 감염증이
생깁니다. 또 더운 물 속에 있으면 혈관이 확장되며, 분만후 출혈양도
많아집니다. 태아에게 가야할 피가 산모에게 집중되며, 산모도 탈수나
현기증 등의 증상이 심해집니다. 분만은 생명이 걸려 있는 가장 위험한
순간인데, 태아의 심장박동감시가 어려워 응급상황이 벌어질 경우 진단과
처치가 늦어진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회음절개술을 않으면 분만
과정에서 항문쪽으로 찢어질 수 있는데, 이 경우엔 후유증이 큽니다.

- 박문일 :전적으로 인정합니다. 이 때문에 자동정화장치가 달린 욕조를
사용하고, 의사가 수시로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관찰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수중에서 사용하는 태아감시장치도 개발돼 사용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감염 등의 위험은 보통의 분만과 비슷합니다. 영국에서
4000건의 수중분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감염률을 포함한 모든
위험이 보통의 침대분만과 비슷했습니다. 반면에 분만시간은 단축되고,
제왕절개율은 크게낮았습니다. 저는 이 분만법이 모든 임신부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영국에서도 전체 분만의 0.6% 정도만
수중분만으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단지 건강한 임신부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 분만법'으로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 전종관 :'대안'이 되기 위해선 그것이 기존 방법보다 좋든지 최소한
비슷해야 하는데, 수중분만은 아직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영국의 연구결과도 의사가 아닌 역학자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설혹 그렇다 해도 서양인과 동양인은 체형과 골반크기를
비롯해 여러가지가 다릅니다. 어떻게 검증도 하지 않고 받아들입니까.
특히 감염위험은 아주 '리얼(real)'한 것입니다. 변 속의 대장균 등
각종 병원체를 태아가 들이마시는데 어떻게 감염률이 같다는 건지 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 건강한 임신부는 침대분만으로도 얼마든지
자연분만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현대의학을 발전시킨 미국에선 이
분만법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 박문일 :미국에서도 수중분만이 보급되기 시작했으며,
수중진통(수중에서 진통한 뒤 분만이 임박하면 침대로 옮기는 것)의
효과는 인정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특히 영국)의 차이는
문화와 인식의 차이입니다. 모든 분만을 '고위험'이라고 전제하고,
의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면, 유럽쪽은
'자연'에 한결 무게를 두고 있지요. 자연분만이 가능한 건강한 산모는
약물이나 각종 기계 장치 도움없이, 그야말로 자연상태로 분만을
해보자는 게 유럽쪽의 시각입니다. '물'은 그 과정에서 통증을 덜기
위해 도입된 가장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흔히 제왕절개하지 않으면
'자연분만'이라고 하는데, 엄밀한 의미에서 그건 자연분만이 아닙니다.
기계와 마취약과 의사가 있는데, 그게 어떻게 자연분만입니까.

- 전종관 :의학은 '문화'가 아니라 '과학'입니다. 산부인과를
전공하신 교수님께서 어떻게 현대 산부인과학의 근본을 뒤흔드는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1900년의 모성사망률은 인구 100명 중
1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약과 기계장치를 이용하는 현대의학의 덕분으로
현재는 10만명의 산모 중 7.1명만이 사망합니다. 저는 병원분만의
옹호자입니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들여 한 명의 산모라도 목숨을 잃지
않게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박문일 :그것은 의료공급자의 논리가 아닐까요. 자연분만의 가장 큰
장점은 만족감이 높다는 것입니다. 수중분만을 많이하는 E산부인과
의사의 말을 들어보면, 산모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자연'이 주는 혜택이지요. 그 때문에 의료소비자인 임신부들이
자연분만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 전종관 :전 의료공급자로서 효과가 검증된 것만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수중분만이 효과가 있다면 차근차근 그 효과를 검증해
나가야 겠지요. 만약 의학적으로 효과가 인정된다면 그때는 저도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문제는 그같은 과정이 생략됐다는 것입니다. 자꾸
'만족감'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그것은 매우 주관적인 것으로 개량화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저는 분만시 '경막외마취'를 즐겨 쓰는데, 이렇게
하면 환자들이 거의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분만을 합니다. 그들도
"만족했다"고 말합니다.

- 박문일 :태아감시장치가 모성사망률을 낮추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지만, 이것을 이용하면 위험이 실제보다 크게 보이기 때문에 쓸데없는
제왕절개 빈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두고 싶습니다. 또 분만 후
마취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태아감시장치로 대표되는 현대
의학을 부정하자는 게 아니라, 그로인한 쓸데없는 제왕절개를 줄이자는
게 저의 주장입니다.

- 전종관 :분만은 지뢰밭을 걸어가는 것과 같아, 건강해 보이는 산모가
뜻밖의 위험을 맞아 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지뢰탐지기 없이
지뢰밭을 지나겠다고 하십니까. 또 태아감시장치때문에 제왕절개율이
높아진다고 했는데, 제왕절개율이 높아지는 1차적인 이유는 태아감시장치
때문이 아니라, 임신부들이 제왕절개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 사회자 :두 분의 말씀이 계속 평행선을 긋는 군요. 전 교수님의 말씀은
현대의학의 모든 가능한 기술과 방법을 동원해 분만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극히 작은 위험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박 교수님의 말씀은
건강한 임신부에겐 인간의 자연적 분만 능력을 존중해 '자연분만'을
유도함으로써 현대의학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피해보자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두분 오래동안 감사합니다.

대담 참석자
▲박문일(한양대병원교수)
▲전종관(서울대병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