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스물둘로 요절한 영화 배우 겸 가수 알리아(Aaliyah)가 긴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8월 24일 경비행기 추락으로 세상을 떠난
알리야는 빼어난 미모에 R&B를 능숙히 소화해내는 가창력과 '로미오
머스트 다이'(Romeo Must Die) 등에서 선보인 연기력으로 수퍼 스타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여성 엔터테이너.
알리아가 보여준 잠재력은 신인 시절의 브래드 피트(Brad Pitt)나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에 못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알리아의 갑작스런 죽음은 팬들을 슬픔에 빠지게 했을 뿐만 아니라
영화와 레코드 스튜디오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스타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경우 '사후 마케팅'은 헐리우드가 가장 어려워 하는 미묘한
부분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알리아는 워너 브러더스사와 3편의 영화에 출연하기로 계약을 맺고 이중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The Queen Of The Damned) 한 편을 마친
상태였다. 문제는 그가 주연 중 하나로 캐스팅된 블록버스터
'매트릭스' 속편(The Matrix Reloaded)이다. 사고 직후 영화사는
"알리아의 촬영분은 거의 없었다"며 배역 교체 가능성을 밝혔지만,
"알리아를 다른 배우로 교체하거나 그의 배역을 없앨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팬들의 경고가 쏟아졌다.
얼핏 생각하면 '스타의 요절'은 단단히 한몫잡을 거리로 보인다.
열광적인 추모 분위기에 힘입어 별다른 노력 없이도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유작 영화' '유작 앨범'이 가지는 매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55년 사망한 제임스 딘(James Dean)은 생전에
주연한 영화 총 3편중 두 편(이유없는 반항, 자이언트)이 사후에
공개됐고 그것으로 대중의 우상이 됐다. 영화사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성공이었다. 알리아가 죽기 직전 발매했던 세 번째 레코드도 사후
3주동안 1백만장이 넘게 팔리는 특수를 누렸다. 그러나 스타의 죽음을
어디까지 이용할 수 있는가는 쉽지 않은 문제다. '죽음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93년 '크로우' 촬영도중 총기사고로 죽은 브랜던 리(Brendon Lee)의
경우 컴퓨터 그래픽으로 배우를 부활시켜 간신히 영화를 마쳤다. 원래
제작사였던 파라마운트는 제작이 불가능하다며 취소했지만 프로듀서의
고집으로 미라맥스가 이를 넘겨받아 완성한 것이었다. 이 영화는
성공했다. 그러나 속편이 기획되자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Alex Proyas)는
"그 영화 때문에 죽어야 했던 배우를 생각한다면 속편제작으로 돈을 벌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며 연출을 거부했고, 영화사는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결국 3편까지 만들어졌다.
스타의 죽음이 가져오는 애도의 분위기 이면에는 손익을 놓고 주판알을
퉁기는 비정한 연예 산업의 얼굴이 숨어있다.
( 이윤정·재미 영화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