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 어린 아이들에게도 우상이 있다. ‘짜잔 형’을 빼놓을 수 없다.

이달초 한국방송대상(어린이·청소년 부문)을 수상한 EBS TV 유아교육
프로그램 '방귀대장 뿡뿡이'에서 골목대장 역할로 아이들과 엄마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짜잔 형. 1년 6개월째 아이들을 이끌고 있는
'짜잔 형'권형준(31)은 실은 오래된 뮤지컬 배우다.

"7년 전부터 딱 한해 거르고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해 왔어요.
가짜 운동권 대학생 '안경' 역에서 과부, 수녀 역할까지 한번 공연에
1인 8~9역을 해왔죠."

그는 1999년 뮤지컬 '의형제'로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신인상을 받은
'전문 배우'다. 9일 '지하철 1호선' 국내 공연이 일단 끝나면 이달말
중국, 다음달 일본 공연을 떠난다. 5월엔 '지하철 1호선' 원작의
나라인 독일에서 공연을 했을 정도로 '지하철 1호선'과 질긴 인연을
갖고 있다. "94년쯤 '헤어(Hair)'라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참여한
후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의 나라 정서를
표현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었죠. 그래서 우리 정서를 제대로 담은
'지하철 1호선'에 기를 쓰고 참여하게 됐죠."

그가 '방귀대장 뿡뿡이'를 오랫동안 이끌고 있는 것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부분이다. 권형준은 "갑자기 자신의 운명을 만나는 여자처럼,
'갑작스레' 짜잔 형이 됐지만, 프로그램의 독특한 '토종' 성격에
갈수록 매료되고 있다"고 즐거워한다. '뿡뿡이'는 실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가재도구들을 놀이도구로 이용하고, 다양한 전래 동요로
구색을 맞춘다.

"출연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할 때가 많아요. 녹화인줄도 모르고 짜잔
형을 따를 때가 많은데, 그만큼 잘 챙겨주지 못하니까요. 작년엔
몰랐는데 올해 제 아이를 가지면서 출연하는 아이들이 모두 제 자식
같아요. '뿡뿡이' 많이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