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국내 개봉한 성룡 주연의 헐리우드 액션영화 '러시 아워'는, LA
중국 총영사 딸을 구해낸 리 반장(성룡)이 홍콩으로 돌아갈 때 LA경찰
카터(크리스 터커)가 따라나서는 끝 장면에서 이미 속편을 예고했다.
3년만에 돌아온 '러시 아워2'(Rush Hour 2ㆍ21일 개봉)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두 형사가 좌충우돌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버디 무비(2명이 한
팀으로 일을 벌이는 영화)다. 성룡 특유의 현란한 액션에, 두 사람이
벌이는 말싸움이 늘면서 전작보다 코미디 요소도 강화됐다.
홍콩에 들른 카터와 리 반장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홍콩 내 미국
대사관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난다. 배후에 거대한 위조지폐 밀매 조직이
있음을 감지한 리 반장은 카터와 함께 사건에 뛰어든다. 밀매조직
우두머리는 리 반장 아버지를 죽게 한 리키 탄(존 론). 탄의 심복 후
리(장지이) 등 일당이 돈세탁을 위해 미국 라스베가스로 가면서 일전이
벌어진다.
설정도 뻔하고, 스토리도 단순하지만, 대역을 쓰지 않는 성룡의 눈부신
스턴트와 '흑인 짐 캐리'로 불리는 크리스 터커의 따발총 입심이
색다른 버디무비를 만든다. '리썰웨폰'에서 좌충우돌하는 LA 경찰
릭스(멜 깁슨) 역을 크리스 터커가 맡았다면, 소동을 가라앉히는
머터(대니 글로버)역이 성룡. 머터가 "난 이짓 하기엔 너무
늙었어"라며 투덜댄 것처럼, 리 반장은 "아까 내가 말했잖아"라고
중얼거리며, "언제 네가 말했냐"는 카터와 쉴새없이 실랑이를 해댄다.
코미디란 면에서는 확실히 '러시아워2'가 한수 위다.
전편에서 현란한 액션에 비해, 차분한 연기에 그친 성룡은, 이번엔
크리스 터커의 말장난에 지지않는 입담을 보여준다. 악당을 쫓을 때
대나무 위를 달리고, 안마시술소에서 휴지통을 무기 삼아 치고 받는 장면
등은 47살의 나이가 무색할만큼 활력이 넘친다. 80년대 초 '캐논볼'
이후 '홍번구' '상하이 눈' 등으로 할리우드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성룡은 '러시아워2'에서 1500만달러 개런티를 받으며, 할리우드 일급
배우 대열에 들어섰다.
전편에서 성룡에게 '흑인 음악은 이렇게 부르는 것'이라며 코미디
감각을 발휘했던 크리스터커는 이번에도 홍콩 가라오케에서 마이클
잭슨의 '돈 스톱 틸 유 겟 이너프'(Don't Stop Till You Get
Enough)에 맞춰 우스꽝스런 춤동작으로 얼을 빼놓는다. 마이클 잭슨
발동작을 보이며 '발광'할 때는 정말 안 웃을 재간이 없다. '마지막
황제'에서 푸이 역을 맡았던 존 론과 '와호장룡' '무사'의 장지이는
주인공들 색깔에 가려 별다른 매력을 선사하지 못한다.
'러시아워 2'는 두 주연이 빛을 발하는 액션 코미디다. 그러나 성룡의
할리우드 진출작들이 미국서 큰 호응을 거둔 것과 달리, 아시아 관객들을
열광시키지는 못한 편. 미국서는 코미디 액션 흥행기록을 세웠고 8월
개봉작 1위를 기록한 이 영화가 한국에서는 어떤 결과를 낼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