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인창고

창단 2년, 개교 6년째의 학교가 결국 일을 내고 말았다. 구리 인창고가 고교야구에 또하나의 신화를 낳았다.

지난 2000년 3월 창단한 신생팀 구리 인창고는 23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제31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전에서 서울의 강호 신일고를 20대10, 7회 콜드게임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변. 지난 10일 이번대회 1회전서 장충고를 7대0, 7회 콜드게임으로 꺾고 전국대회 첫 승을 당차게 신고할때만 해도 자그마한 '바람'에 그치려니 했지만 '태풍'임이 확인 된 셈이다.

낯익은 인물이라고는 OB 베어스 투수 출신의 김진욱 감독이 유일하다. 23명의 선수 전원이 1,2학년으로 구성됐고, 흔한 청소년 대표도 한명 없다. 인창중학교 출신이 주축. 그러나 대부분 리틀야구에서부터 기초를 다져 온 '엘리트' 선수들로, 구리 지역 리틀야구팀이 전국 최강으로 손꼽혀 온 것을 감안하면 결코 '이변'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셈이다. 김감독이 꼽는 팀의 최고 강점은 '패기'다.

'인창고 바람'은 이번 대회 3경기서 38점, 경기당 평균 12.7점을 뽑은 '방망이'가 주도했다. 3번 이정상이 9타수 5안타 7타점 1홈런, 4번 박민철이 10타수 6안타 9타점 3홈런, 5번 윤석민이 12타수 7안타 8타점 4홈런을 기록하는 등 클린업 타선의 위력은 상대팀으로선 '공포'에 가깝다. 에이스 김혜겸은 장충고와의 1회전서 7이닝을 4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김진욱 감독은 "작전을 많이 쓰기보다는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든든한 지원도 빼놓을 수 없는 힘이다. 구리시는 매년 5000만원을 내놓고 있고, 학교와 동문회 등의 지원 또한 만만치 않아 전용구장에 기숙사 시설까지 갖춰놓고 있다. 김감독은 "처음으로 3학년이 나오는 내년에는 전국대회 우승을 노려 볼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인창고는 25일 성남고와 준결승 진출을 놓고 다툰다.

〈스포츠조선 김우석 기자 kwoose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