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 살인 채영우(남) 어린이는 지난달부터 「영어
보모(베이비시터·babysitter)」와 함께 지낸다. 매주 두 번 집을
방문하는 보모와 놀면서 그 또래가 구사할 수 있는 대화들을 영어로
주고받고, 동화책을 펴놓고 꽃·나비 등 간단한 영어 단어도 익힌다.
영우의 어머니 최모(31·서울 강남구 역삼동)씨는 『아이가 한 살부터
영어 동화책을 접하고 영어테이프를 들으며 자란 때문인지 영어만
사용하는 보모에게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잘 적응을 하고 있다』며
"어느날 아침 아이가 '굿모닝'하고 인사했을 때 무척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부모가 외출한 시간에 영어로 얘기하면서
2~10살 아이들을 돌봐주는 '영어 베이비시팅'이 유행이다. 7만원
연회비를 내고 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한 뒤 2시간당 3만원의 요금을 내면
영어 베이비시터를 부를 수 있다. 일반 시터(1만2000원)에 비하면 2배
이상 비싸지만 '영어시터'를 찾는 젊은 부모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난 96년 말 처음 국내에 들어온 베이비시터 업체는 현재 전국에서
30여개가 성업 중이며, 이 중 절반이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역별로 지점도 개설돼 한 지점의 회원수가 300~1000명씩 된다. 서울
강남 지역의 회원확보 경쟁이 특히 치열하다.
지난 5월부터 영어시팅을 시작한 '베이비시터코리아'는 전체 회원
600여명 중 50명 정도가 영어 보모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영어 전문 시터 10여명은 대부분 어학연수를 다녀온 여대생들.
이효정(39) 사장은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 자연스럽게 영어에 눈이 띄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세상'이라는 베이비시팅 회사 압구정지점 서선영(31) 지점장은
"매주 2~3건씩 '영어로 아이를 돌봐 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영어시터 교육을 위해 호주의 한 '트레이닝 칼리지'와 강사
교류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부모들의 '조기 영어교육열'을 이용한 상술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연세대 교육학과 신명희 교수는
"아이의 두뇌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
베이비시터를 쓴다고 큰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베이비시터 업체의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베이비시터가
생일잔치를 열어주거나 영화관람, 수영을 함께하는 '끼워팔기'식의
서비스경쟁이 치열하다"며 "영어시터도 결국 부유층 학부모들을
공략하기 위한 '상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