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현대건설의 진미정(23·173㎝)이 데뷔 6년 만에 농구
인생을 활짝 꽃 피우고 있다. 진미정은 96년 전주 기전여고를 졸업하고
현대에 입단했지만 4년 간의 벤치 신세를 견디다 못해 코트를 떠났다.
하지만 1년 반 동안의 방황을 거친 진미정은 올해 지휘봉을 잡은 '수비
농구의 대명사' 정덕화(38) 감독의 담금질 아래 '찰거머리 수비수'로
거듭나면서 팀이 여름리그 2위(14승9패)를 굳히는 데 소금이 되었다.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 가뭄에 콩 나듯 경기에 나서는 데다 혹독한
훈련을 견디지 못했던 진은 99년 5월부터 생맥줏집에서 종업원으로,
헬스클럽 코치로 일하면서 아예 농구를 잊으려 했다. 하지만 동료들의
땀냄새와 관중들의 함성은 언제나 그의 코와 귀를 맴돌았고, 새로 부임한
정덕화 감독 밑에서 지난해 11월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진미정은 겨우내
체력훈련을 묵묵히 소화해 냈고, 6개월 후엔 100㎏짜리 바벨을 어깨에
걸고 거뜬히 일어설 만큼 힘을 길렀다.
정 감독은 "진미정이 국민은행과의 시즌 두 번째 경기서 상대
포인트가드 김지윤(어시스트1위)을 꽁꽁 묶는 걸 보고 가능성을
확신했다"며 "남자선수 못지않은 근육에 순발력까지 갖춰 수비 전문
선수로는 최고"라고 말했다.
21일 현재 진은 경기당 평균 19분을 뛰며
4.1점에 리바운드 1.86개를 기록 중이지만, 숫자로 표시되지 않는 수비
공헌도는 팀내 최고라는 게 정 감독의 평가다. 진미정은 "매경기
출장하다 보니 전주에 계시는 부모님들도 청주·광주 경기에 응원을
오신다"며 "농구의 재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