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또 다른 신앙이었어요. 강물처럼 흘러갔지만, 음악을 벗한 멋진
세월이었어요."

전북에 합창음악의 밭을 일군 박종의 전북교육연수원장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23일 저녁 7시30분 전북예술회관에서 조촐한 음악회를
갖는다. 40년 가까이 무거웠던 교직의 짐을 벗고 수수히 만추의
들판에 서게 된다.

"정년을 앞두니 일상의 일들이 더 소중해집니다. 제자, 음악동지,
친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음악회는 가족과 제자들이 꾸민다. 그가 장로로서 지휘해온 서문교회
필그림합창단의 합창 '우리 주님께'로 막을 올린 뒤 큰딸 경란씨
부부가 피아노 듀오로 '슬라브무곡'을 연주한다. 제자인 바리톤
서동민씨, 소프라노 김선숙씨가 독창을 선사하고 작은 딸 경은씨와
아버지가 팝송을 함께 나누며, 부부가 가곡을 협연하기도 한다.

부인 오길자씨와 경란-경은씨는 피아니스트이다. 경란씨와 남편
김인재씨는 미국 로렌스대 피아노과 종신교수로 재직중이다.

연세대 음대를 졸업, 64년 중등교단에 발을 딛은 그는 교사 장학사 교감
교장 장학관을 거치면서 많은 제자를 길렀고 전북 음악교육의 틀을
다졌다. 전북장로합창단도 이끌고 있고 전북도립오페라단 운영에도
참여했다.

이동길 전북중등음악교사연구회장은 "남다른 열정과 감각으로 흐트러짐
없이 교육과 행정에 헌신하신 강직한 선생님"이라며 "그와 새로운
만남을 위해 많은 시민들이 오셔서 갈채를 주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