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이 도무지 손댈 수 없는 공을 던지는 투수.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명예로운 것 중 하나가 '언히터블(unhittable)'이다. '코리안 특급'박찬호(28ㆍLA 다저스)와 '거인(Big Unit)'랜디 존슨(38ㆍ애리조나)이 '메이저리그 최고 언히터블'의 이름을 걸고 불꽃튀는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31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박찬호는 피안타율 0.200으로 내셔널리그 1위 랜디 존슨(0.198)을 0.002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전반기 피안타율 1위를 질주했지만 최근 2경기서 14안타를 허용하며 주춤하는 사이 존슨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3위는 시카고 커브스의 케리 우드로 0.208. 아메리칸리그 1위는 보스턴의 노모 히데오로 0.209에 그쳐 사실상 박찬호와 존슨은 메이저리그의 지존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셈이다.
지난 88년 몬트리올 입단후 시애틀과 휴스턴을 거친 존슨은 90년대 이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이름을 떨쳐왔다. 7~8회에도 최고시속 160㎞를 찍는 강속구가 트레이드 마크. 역대 개인통산 탈삼진에서도 10위(3291개)에 오를 정도로 '언히터블'로서의 명성이 자자하다. 박찬호보다 열살이나 많지만 1999년과 2000년 2년 연속 리그 사이영상을 차지할 정도로 젊은 투수들을 능가하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데뷔후 최초로 공식기록 부문 1위에 도전하는 박찬호는 최고시속은 155㎞ 안팎으로 존슨에 뒤지지만 특급투수도 흉내내기 힘든 슬러브와 체인지업, 낙차 큰 커브 등이 주무기. 서서히 전성기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고, 올시즌 등판한 23번의 경기중 20차례에 걸쳐 퀄리티 스타트(QS)를 기록할 정도로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사실이 1위 탈환 가능성을 높인다.
30일 '스포팅뉴스'는 내셔널리그 투수부문에서 존슨을 2위(A), 박찬호를 4위(A-)에 올려놓았다. 위기관리능력과 타자에 대한 위압감 등 종합적인 투수 평가에서도 최상위권이다. 박찬호가 과연 존슨을 제치고 지존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찬호는 31일 현재 11승6패에 방어율 2.85를, 존슨은 13승5패에 방어율 2.56을 기록중이다.
〈스포츠조선 김우석 기자 kwoose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