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제로센’ 미군기보다 월등 ##
'진주만'은 허술한 플롯, 미국 찬양 일색의 내용으로 평론가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1941년 당시 미·일·영·독의 주력 전투기가
총출동하는 장면들은 대단히 뛰어난 디테일을 갖고 있다.
전투기 퍼레이드는 영국 공군에 파견된 벤 애플렉이
스핏파이어(Spitfire)를 몰고 독일의 메서슈미트(Messerschmitt) BF109와
한판 붙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실제로 두 전투기는 당시 연합국과
주축국의 대표 전투기로, 유럽 하늘을 양분했던 기종. 벤 애플렉의
전투기가 적기의 꼬리를 따라잡은뒤 기관포탄을 날리자, 적기의 날개가
떨어져 나가면서 벤 애플렉의 캐노피(조종석 유리) 옆을 스쳐 지나는
느낌이란! 관객이 바로 조종석에서 앉아 공중전을 벌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장면이다.
일본 전투기는 영화 시작 1시간30분 뒤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0식
전투기(일명 '제로센'·0전), 99식 급강하 폭격기, 97식 어뢰 공격기
등 300여대가 저공 비행으로 진주만을 뒤덮으며 위용을 과시한다. 실제
촬영에 쓰인 항공기(대부분 모조품)는 10대도 안되지만, 컴퓨터 장비로
항공기 모습을 복사해 화면을 채웠다고 한다.
진주만 공습은 현대전에서 항공모함을 바탕으로 한 제공권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준 사건이다. 특히 제로센이 한동안 무적의 전투기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 계기가 됐다. 무게를 최대한 줄인 제로센은 한번
연료공급으로 당시 미 전투기보다 3배 이상 긴 거리인 최대 3000㎞를 날
수 있었고, 몸놀림이 민첩해 일대일 공중전에 뛰어났다.
영화에서처럼, 당시 미군은 적군의 지상 침투에 대비해 전투기들을 '한
곳에 모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적의 항공기 공격에 손 한번 못쓴채
당하고 말았다. 영화에서 미군의 P-40(일명 '비호'·Flynig Tiger)
전투기 2대가 극적으로 출격해 적기를 떨어뜨린 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
그러나 P-40이 제로센을 '갖고 노는' 영화 속 장면은 과장된 것이다.
낮은 고도에서 일대일로 붙었을 경우, P-40이 자기보다 선회능력이
월등히 뛰어난 제로센을 잡는 것은 당시로선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