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부분의 호텔 욕실에는 '꼭 빨아야할 수건은 바닥에, 한 번 더 쓸
수 있는 수건은 세면대에 걸어달라'고 적혀 있다. 수질을 오염시키는
합성세제를 최대한 덜 쓰고, 물도 절약하자는 것. 주독 한국대사관
김영희 공사는 "20년 전부터 꾸준히 펼쳐진 정부의 환경교육 덕에
국민들 몸에도 친환경적 습관이 배었다"고 했다. 독일 환경청의
요스트(62) 국장은 "희망은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세금으로
공익광고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서부터 환경교육을 통해 습관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캐나다 앨버타주의 애드먼튼시는 91년부터 1300대에 이르는 제설차
및 쓰레기운반차 운전자들에게 공회전이나 급제동 등 사소하지만 나쁜
습관을 버리도록 5년 동안 교육했다. 이 기간 휘발유 사용량은 5%
감소하고, 차량 유지비도 크게 줄었다.

스웨덴 예테보리의 가정용 쓰레기통은 '종이·캔·기타 쓰레기' 등
3칸으로 구분돼있다. 집 안에서도 환경교육과 실천이 자연히 이뤄지는
셈. 예테보리 시는 몇 해 전 시민들에게 전화번호부를 배포하며
'환경수첩'을 동봉했다. 정원용 비료는 어떤 제품이 오염이 적은지,
합성세제를 쓰지 않고 얼룩을 빼는 법 등 생활에 필요한 환경상식들을
상세히 소개했다. 시청 스베르드 수질국장은 "주민들이 장보러 가거나
살림하면서 수시로 펼쳐보도록 '알뜰정보'를 모았다"고 했다. 거창한
구호나 복잡한 설명보다는, 작더라도 실천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예테보리 시민 환경수첩’에 담긴 내용의 예.

땀, 체액, 풀물 얼룩은 글리세린 용액 몇방울로. 피, 초콜릿 얼룩은 찬
물에 담갔다 각각 소금, 우유로 문지른다. 기름 자국은 버터로 문지른 뒤
따뜻한 비눗물로, 곰팡이 핀 옷은 쉰 우유에 2~3일 담갔다가 빨아라.

가구에 니스 대신 기름을 바르면 기름이 목재 결을 따라 스며 흠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어 일석이조.

나무로 된 마룻바닥을 닦을 때는 양잿물, 비눗물, 밀랍이 효과적.

벽에 페인트를 칠할 때는 유성보다 수성을.

정원에 살충제를 뿌리면 해충뿐 아니라 이로운 곰팡이까지 없어지니,
아예 병충해에 강한 씨앗을 고르라. 감자는 벨로나, 사과는 필리파종
등.

정원은 가급적 도로에서 떨어진 곳에 만들고, 화학비료 대신 윤작으로
지력을 높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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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제언
"지하수 사용 통제 등 물 아껴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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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을 지키기 위해서는 하천의 오·폐수 정화를 위한 투자에 앞서 물
자체를 아껴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우리의 물 사용량은 모두 합쳐 하루
1인 평균 400ℓ에 이른다. 미국보다는 적지만, 유럽의 2배나 된다.
이러면서 늘 물 부족을 호소하고 댐 건설만 추진하니 답답하다.

이스라엘은 물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 극단적 예를 보여준다. 밭농사의
경우, 땅 속에 깐 급수망을 컴퓨터로 제어해가며, 그것도 증발량을
줄이기 위해 밤에만 살짝 물을 준다. 우리의 5% 정도만 물을 쓰면서도
훌륭히 농사짓고 있다.

거꾸로 중국의 황하 유역은 과다한 지하수 사용으로 위기에 처했다.
사방에서 지하수를 마구 퍼내자 내려오던 강물까지 말라버리는, 이른바
단류기간이 심한 곳은 연간 9개월이 넘는다. 우리나라도
대도시권을 제외하고는 지하수 사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또 얼마나
쓰는지 통계도 없다. 단지 낙동강 유역 등 상당수 강의 수위가 점차
떨어지는 데 대해 막연히 우려만 커갈 뿐이다.

댐 건설 역시 일시적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 퇴적토가 쌓이면 구실을 할
수 없게 되는데, 경제성 문제 때문에 준설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명이 100년에 불과하다. 효율적 물 사용을 위한 모두의 반성과 적극적
대안이 시급하다.

(양운진·52·마창환경연합 명예회장·경남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