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조선일보에 인기리에 연재된 이영희(70)씨의 '속
노래하는 역사'가 50회를 끝으로 7일 막을 내렸다. '속 노래하는
역사'는 '연개소문=일본 천무왕' '신라 문무대왕=일본 문무왕'이란
대담한 가설과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무대로 펼쳐지는 권력쟁탈전이 선
굵게 그려져 연재 내내 독자들의 성원이 이어졌다.
"지난 93~94년의 '노래하는 역사'가 한·일 고대사의 총론이었다면
'속 노래하는 역사'는 연개소문과 문무왕을 중심으로 한
각론이었습니다. 한일 양국의 이른바 정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의 숨겨진 고대사를 파헤치자고 달려 들었지요.
"그는
200자 원고지 18장 정도인 한 회분을 집필하는 데 보통 5일씩 걸렸다고
했다. '일본서기' '고서기' '만엽집' '풍토기' '삼국사기'
'삼국유사' '당서'와 당나라 때 나온 성의학서 등을 뒤지느라
그랬다는 것. 영화 '친구'도 관람하는 등 요즘 감각을 놓치 않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그렇지만 이씨는 연재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당대
영웅들의 성적 관계에 대한 서술이었다고 했다. 때로 독자들이 항의한
부분도 바로 섹스 이야기였다.
"아예 야하게만 쓰거나, 아니면 야한 이야기 다 빼버리고 역사적
이야기만 쓰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표현의 한계를 놓고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한일 고대사에선 섹스가 본질의 한 부분이기에 건너 뛸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단적인 예로 일본 고대 가요집 '만엽집'에 수록된 4516수 중
'아시비기'란 형용구가 111수에 인용된 것을 들었다. 우리말로 '다리
베개'로 번역될 수 있는 '아시비기'는 섹스의 도구를 가리키는 동시에
'고위층 여자를 베다' 즉, '암살'의 의미로도 쓰였다는 것. 그
대상은 지통왕비였다고 한다. 불온한 내용을 섹스 이야기로 덮어버린
'이중 의미'의 노래들이라는 것.
"이른바 정사서라는 '삼국사기'나 '일본서기'에 쓰여진 것만 봐서는
역사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습니다. 다 은폐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만엽집
등 관련 자료를 들여다 보면 한·일 고대사 퍼즐의 빠진 구멍이
드러나지요."
그는 정권 찬탈자의 입장에서 쓴 '일본서기'에는 자기 미화를 위해
여러 대에 걸쳐 역사적 사실을 뿌려 놓았기 때문에 진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작자가 명기된 '만엽집'엔 주로 반정부적인
노래들이 많이 실려 있기 때문에 '정사'에서는 찾기 힘든 단서가 많이
발견된다고 했다. 천무왕 주변의 노래를 읽어가다보면 7세기 후반
대륙에서 한반도, 일본열도까지 아우르려 했던 연개소문과 문무왕의
원대한 꿈이 발견됐다는 이야기다.
이씨는 "에필로그에서도 밝혔지만, '속 노래하는 역사' 내용 중
뼈대는 모두 역사적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전하는 신라 향가는 숫자가 적지만 '만엽집'에는 4516수나 되는
노래가 실렸습니다. 고대 우리말로 쓰여진 이 노래들을 모두 해독한다면
한·일 고대사의 감춰진 진실이 밝혀질 것입니다. 앞으로는 많은
연구자들이 나오고, 사회적으로도 지원해서 고대사의 구멍들을 메꿔야 할
것입니다."
이씨는 신문에 연재됐던 '속 노래하는 역사' 내용을 모아 6월중
'노래하는 역사2'라는 단행본으로 펴낼 예정이다. 또 우리말이
일본으로 건너가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토대로 쉽게 일본어를 배울 수
있는 책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