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땅'에서 '글리머맨' '패트리어트'까지, 스티븐 시걸은
근육만 쓰고 머리는 쓰지 못하는 뻔한 액션영화의 대명사 같은 배우이다.
'엑시트 운즈'(Exit Wounds·5일 개봉)에서 그가 맡은 열혈 형사의
이름은 오린 보이드(Orin Boyd).
천편일률적인 그동안의 액션 연기를 떠올리면 그 이름은 '올인
보이드'(All in, Void) -모두 다 털어넣고 텅 비어버린-로 들리기도
하지만, 시걸은 역설적으로 이 영화에서 기적처럼 재기한다. 줄리아
로버츠와 브래드 피트의 '멕시칸'을 제치고 올 봄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이 영화는 '로미오 머스트 다이'의 안드레이 바르코비악
감독이 요란하면서도 흥미로운 전형적 액션영화로 만들어냈다.
디트로이트의 우범지대에서 헤로인 50㎏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명령불복종으로 이 지역에 좌천된 형사 오린 보이드는 이 사건에 부패한
경찰들이 대거 연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배신이 꼬리를 무는 이야기야
눈여겨볼 만한 요소가 거의 없고 인물을 물건처럼 쓰고버리는 식의
묘사가 걸리지만, '엑시트 운즈'의 액션 장면들은 다양한 메뉴에
상당히 맛깔진 솜씨로 짜여져 관객을 즐겁게 한다. 자동차 추격전은
상당한 수준으로 연출되었고, 충돌시 충격은 보는 이에게 그대로 체감될
수 있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쇠파이프를 들고 '스타워즈'의 광선검 대결처럼 싸우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스티븐 시걸이 등장하니 당연히 주먹 대결도 빠질 리 없다. 작전이
조금씩 틀어지는 과정에서 나오는 유머와 스릴도 이 영화를 이끄는 동력
중 하나다. 힙합 음악이 넘쳐흐르는 가운데, 인기 래퍼 DMX가 시걸의
상대역을 맡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