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더군요. 이탈리아에서 꼭 성공해
보답하겠습니다."
이탈리아 페루자의 안정환(25)이 사는 집은 50평 아파트다. 나카타가
페루자에서 활약할 당시에 살던 곳으로, 워낙 넓어 혼자 있으면 쓸쓸할
때가 많았다. 유학생 고영호씨 부부가 근처에 살면서 뒷바라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텅빈 집에 오면 무척 허전했다.
그런 안정환이 요즘은 별로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거실에서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벗'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안정환의 세리에A
데뷔골을 기념해 축전과 대형 화분을 보내온 것이다.
"뜻밖이었습니다. 제게 힘을 주는 값진 선물입니다."
축전엔 이탈리아어로 '당신의 데뷔골을 축하합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길 기대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화분엔 이름모를 빨간색
열대나무가 한 그루 심어져 있었다.
그런데 발신지는 이탈리아 밀라노였다. 정회장이 밀라노를 방문한 줄
알고 전화라도 올리려고 했으나 연락처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밀라노 현대지사를 통해 보내온 것이었다.
안정환은 그동안 정회장과 특별히 대면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
정회장이 자신의 데뷔골을 잊지 않고 축하를 해 준 데 대해 감격을 했다.
정회장이 고국 팬들의 정성을 모아 대표로 보내온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거실 소파에서 잘 보이는 곳에 화분을 배치하고 나무가지에
축전을 걸어 놓았다. 훈련을 떠나기전 나무를 바라보면서 각오를 새롭게
다지기도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더 열심히 할 겁니다. 계속 골을 넣어 기쁜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오르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실력을 기르고 말겠습니다." 화분에 정성껏 물을 주는 안정환의 표정이
무척 밝아 보였다. 〈 페루자(이탈리아)=스포츠조선 서윤희 통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