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외삼촌댁에서 있었던 일이다. 초등학교 6학년, 4학년하는
사촌동생들이 컴퓨터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게임이 저렇게
재미있나 해서 보았더니, '경찰죽이기'라는 외국 오락게임이었다.
내용을 보니 두목의 지시를 받은 폭력배인 듯한 주인공이 무기를
탈취하여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관을 죽인 후
경찰차를 빼앗는 내용이었다. 주인공은 계속해서 경찰차로 사람을
치어죽이고, 나중에는 경찰서까지 습격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면 점수가
올라가고, 이 점수는 곧바로 달러로 환산되어 기록되는 것이다.

게임 내용에 너무도 놀라 동생들을 크게 나무랐다. "형이 경찰관인데
너희들이 어떻게 이런 게임을 할 수 있느냐"고 언성을 높이며 게임을
삭제해버렸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일까. 세상이 아무리 흉폭해지고,
공권력이 우습게 보인다고 해도 어린이들이 하는 게임에서 경찰관을
죽이는 내용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다니 말이다. 물론 아이들이 아름답고
착한 것만 보고 살 수는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송영호 27·서울경찰청 202경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