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내 심장을 달군 칼로 쑤시는 듯, 곧장 눈물을 분출시키기도
하고, 팔과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며, 땅 위에서 발을 한 번 굴러 파란
하늘 구름 위로 튕겨 올라가 그 구름 위에서 춤추게 만드는 음악이 있다.

영화 '어둠 속의 댄서' OST에 수록되어 있는 비욕의 노래들.
칸느에서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을 쟁취했고 동시에 미국의 타임지
선정 최악의 영화로 폄하되었던 '어둠 속의 댄서'(감독 라스 폰
트리에)에서 우리가 좀 더 알아야 할 대상은 필름 전체를 소름끼치도록
장악했던 비욕의 음악이다.

히피의 방기된 자유, 밝혀지지 않은 존재의 이면, 바람의 광기를 닮은
사람들은 '슈가큐브' 시절부터 비욕 구드만스타티, 그녀를 숭배했다.
비욕에 매혹된 무리 중 대표적인 인물은 위노나 라이더. 비욕이 온
몸에서 발산하는 이미지와 음악 성분들에는 해독하기 어려운 암호가
녹아있다. 금속성 음색과 철학적 깊이까지 느껴지는 노랫말들. 기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교를 넘어서는 단순함과 순진함이 생명력을 가진
게 비욕의 노래들이다.

뮤지컬 영화 '어둠 속의 댄서' 음악은 기존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발랄하고 활기찬 음악에 익숙한 사람들을 배반한다. 침범하기 힘든
하이퍼 발라드, 절박한 진보, 과거와 미래, 현실과 몽상을 자유로이
트랜짓하는 크로스오버(!) 적인 냄새가 농후하게 배어있다. 영화 속
음악은 그동안 그가 직조해낸 기존의 앨범 성향을 적절하게 교배한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 마녀의 방언 같은 목소리로 쏟아내는 가사에
주목해 보자.

해독에 큰 어려움이 없는 가사에는 인생을 관통하는 시각이 함몰되어
있다. "나는 모든 것을 보았네, 과거도 미래도…. 볼 게 무엇이 더
있나", "에펠탑이 보고 싶지 않은가? 내 맥박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그만큼의 높이로 뛴다"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지는 시간, 심장이 한 번
뛰는 시간, 장미에 가시가 돋는 시간, 뱀이 허물을 벗는 시간, 그
시간이면 될까요? 날 용서하는 게…" 영혼을 천천히 쓰다듬는, 경이로운
메시지를 만끽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