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파라 ’는 일본 대중문화 전 장르에서 히트를 기록했다.사진은 파라파라 독학용 비디오의 한 장면.


'파라파라'가 일본에서 폭발적으로 '팔리고' 있다. 일종의 디스코
춤인데 앞전에 히트했던 DDR(Dance Dance Revolution)이 주로 발 동작에
의한 춤이라면 파라파라는 손과 팔 동작에 의한 춤이다. 거의 제자리에
정지한 채로 춤을 출 수 있으니 공간이 필요 없다. 여기에 더해
파라파라는 예전에 유행했던 허슬 춤처럼 1번, 2번, 3번 하는 공식이
있어 아주 좁은 공간에서 군무가 가능하다. 사람이 두발로 서 있을 수
있는 스페이스만 있으면 되니 결론적으로 10대들이 친구 집에 모여 좁은
방안에서도 신나게 댄스 파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히트 요인. 동작 중에
"파라파라"라는 가사 합창이 계속되는데 우선 이 춤을 출 수 있는 음악
CD들이 대히트 했다. 다음은 혼자서 자습, 복습(?)이 가능한 '파라파라
독학 비디오'가 대히트. 여기에 더해 수십 가지 파라파라 춤들을 즐기고
익힐 수 있는 사진집 등 출판물들까지 베스트셀러. 파라파라는 2000년
최대 히트상품으로 기록 됐다. 그리고 급기야 2001년, 지난 주에는
'파라파라 파라다이스'라는 게임이 PS2(플레이 스테이션 2의 일본식
약어)로 발매되어 DDR처럼 친구와 즐길 수 있는 게임 소프트로 히트하고
있는 중이다.

파라파라로 가장 돈을 번 곳은 '파라파라 디스코텍'등 애들이 노는
곳이다. 전용무대를 설치, 파라파라 음악만 나오는 곳도 있고 중간중간
'파라파라 타임'을 응용한 곳도 있는데 여하튼 손님들은 즐거움을
만끽한다. 서로 모르는 젊은이들이 플로어에 모인 순간 똑같은 동작의
춤을 몇 시간씩 출 수 있다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다. 게다가 거의 손동작
춤인 만큼 힘도 안 든다. 디스코텍뿐만 아니라 젊은이들 노는 곳, 먹는
곳, 패션 매장 등 파라파라를 즐길 수 있도록 된 곳 모두 매상고를
올렸다. TV 버라이어티 쇼들도 파라파라 유행에 한 몫을 했는데 시리즈
코너까지 만들어 톡톡히 시청률을 올렸다.

내가 파라파라에서 받은 일본 쇼크는 유행을 이용해 대중 문화 상품을
만드는 이들의 기술. 우린 아직 대중문화라는 것이 스토리를 갖고 있는
영화, 만화를 만들고 작사, 작곡을 해서 가요 CD를 만드는 것 정도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파라파라'의 경우는 거꾸로 방송, 가요,
비디오, 출판, 게임 등 전 장르를 먹여 살렸다.

유행에 관한 사려 깊은 연구, 그리고 그것을 대중문화와 접목시키는
세련된 기술이 대중문화를 제패하는 시대인 것이다. 나는 스티커 기계,
DDR, 킥보드 등 일본 상품이 한국에서도 히트할 것이라 늘 매스컴에 가장
먼저 소개해 왔다. 돈 버실 분들 올해에는 틀림없이 '파라파라'다.

( 이규형 / 영화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