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해태 선수 된 것에 불만있냐?'
이런 소리가 날라올 만도 하다. 해태 신인투수 오우진(23)의 얘기다.
입단 첫날부터 머리칼 하나 없이 시원스레 '빛나는' 머리를
들이밀었다. 모두들 처음엔 18억원의 거액을 받고 LG로 이적한 홍현우가
되돌아온줄로 착각했다. 광주에서의 훈련을 마치고 하와이 스프링
캠프에 합류하고 난 뒤에는 시커먼 얼굴과 번쩍이는 이마때문에 종종
외국인선수로 오인받기도 했다.
입단 동기들은 물론 엄하기로 소문난 호랑이 군단의 선배들조차 쉽게
말을 붙이지 못한 강렬한 인상. 험상궂은 별명이 붙는게 순리지만 한창
유행을 타는 '닉네임'을 얻었다.
최근 TV 드라마로 인기를 끌고 있는 '궁예'가 오우진을 부르는 팀
동료들의 애칭이다.
그렇다면 머리를 '빡빡' 밀어버린 것에 특별한 사연이 있을까? 그건
아니다. 오우진은 대학(중앙대) 4학년때인 지난해 이미 '빛나리' 대열에
합류했다. 머리숱이 적기도 했지만 이마에 난 상처에 땀이 흐르면 좋지
않다는 얘기를 의사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선수가 되면서 '잘 해보겠다'는 각오도 한몫했다. 머리를
단정히(?)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야구 이외의 것으로부터 관심을 끊을 수
있게 되지 않겠느냐"는 게 오우진의 생각이다.
해태 마운드의 쟁쟁한 선배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얼마만큼 신인의
'씩씩함'을 보여줄지 아직은 알수 없지만 오우진이 바라는 것은 딱
하나다. "궁예처럼 '관심법'으로 타자들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만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 호놀룰루(미 하와이주)=스포츠조선 한준규 특파원 manb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