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안에서 수컷들의 기를 완전히 꺾어 놓은 우두머리 수컷은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그러면 암컷들 중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암컷이 먼저 수컷의 곁으로
접근을 해 온다. 암컷도 다른 수컷들이 당하는 것을 보아서인지
우두머리에게 접근할 때에는 잔뜩 겁을 집어먹고는 힐끗힐끗 우두머리를
쳐다보며 엉덩이를 내밀고는 옆걸음과 뒷걸음질로 수컷에게 다가간다.

아무리 포악한 수컷이라도 이렇게 접근해 오는 사랑스러운 암컷에게는
관대하게 대하여 짝짓기를 하기 전에 암컷에게 털고르기를 해주기도 하고
껴안기도 하는 등 항시 옆에 있어 주면서 암컷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
후에 짝짓기를 한다.

짝짓기는 엉덩이를 내밀고 네발로 버티고 선 암컷의 몸에 완전히 올라가
앞발로 암컷의 등을 잡고 뒷발로는 암컷의 뒷다리를 잡는 형태로 타서
정확하게 성기를 삽입하고는 왕복운동을 하게 된다.

본격적인 짝짓기에 필요한 시간은 약 10~20초 정도이며 수컷은 수시로
암컷의 등에 올라가 삽입을 한다. 때로는 사정을 하지 않고 내려오기도
한다.

우두머리는 한마리의 암컷과 약 열흘 동안 함께 지내며, 그 암컷의
발정이 어느 정도 식으면 다시 다음번 암컷을 선택하여 약 열흘 동안
함께 지낸다. 그러는 중간중간에 수컷은 발정 정도가 심한 서열이 낮은
암컷에게도 다가가 사랑을 나누어 주기도 하지만 우두머리는 한번에
한마리의 암컷에게만 충실한 남성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가을부터 시작된 짝짓기 계절은 다음해 봄이 되는 2~3월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5~8월 사이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3~4개월 정도부터
이유를 하기 시작하지만 약 1년 간은 어미의 젖을 먹으며 자란다.

성적으로 성숙하는 것은 4~5년 정도이지만 수컷이 짝짓기를 할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평균 수명은 25~30년 정도이며 동물원에서의 기록에는
35년 이상 산 것도 있다.

'에버랜드 동물원장 신남식.수의학박사 nsshin@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