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에겐 고리타분한 고전 읽는 것 같지 않겠어요?”

내년에 환갑을 맞는 그는 첫 마디부터 쑥스러워 했다. 이제는
'원로'라는 호칭이 그리 어색하지 않은 만화가 박수동씨. '번데기
야구단' '5학년5반 삼총사' '꼬마 홍길동과 헤딩박' '소년
고인돌' 등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특유의 선으로 1970년대를 주름잡았던
그가 대표작 중 하나인 '오성과 한음'에 깔끔한 표지로 갈아입히고
'박떡배와 오성과 한음'(도서출판 산하)이란 새 이름을 붙여 다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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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떡배와 오성과 한음' 작가 박수동씨 /조선일보 DB사진

그는 쑥스러워했지만, 무차별로 쏟아지는 일본만화와 정체불명
학원만화에만 열광하는 요즘 아이들을 걱정스러워 하는 부모들은 오히려
반갑다는 반응이다. 30대 후반 한 독자는 "'오성과 한음'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표지가 너덜너덜해 질 정도로 돌려봤던 만화" "내 아들
딸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동안 구할 수가 없어 답답했었다"고
말했다.

이 작가의 '오성과 한음'에서 거룩하고 완벽한 위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둘 다 조선시대 영의정의 자리에 올랐고 후세 존경을 받는
인물들이었지만, 그들은 박수동에 의해 친숙하고 부담없는 '악동'으로
거듭난다. 서로의 숙제장을 몰래 감추고, 서당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다가 "공자님 보고 왔다"고 애교를 부리는 말썽꾸러기 오성과 한음.
이 만화가 주는 또 하나 재미는 개성있는 조역들이다. 잘난 오성과 한음
뿐만 아니라 싸움대장 박떡배와 얼렁뚱땅 김또백을 등장시켜 같은 서당
친구들이 둥글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부의 우열을 가리거나
집안의 형편을 가리지 않고 우정을 나눠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책 제목이 '박떡배와 오성과 한음'으로 정해진 이유다.

히말라야에까지 다녀올 만큼 산을 좋아하던 작가는 최근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아 꼼짝 못하고 집에서 자리보전을 하고 있다. 장난기 섞인
그의 말에 따르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했던 만성 디스크"란다.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아 한 달 뒤에는 다시 등산을 시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진 찍기는 극구 사양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도 이 만화를
통해 웃을 수 있고, 덧붙여 친구간 우정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