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쓸 줄 아는 사람은 드물지 ##
●조커
수지 모건스톤 지음
김예령 옮김, 문학과 지성사
오늘 나는 참 행복하다. 다림질 안한 손수건처럼 꾸깃꾸깃하던
마음이 이렇게 활짝 펴진 건 다름아닌 한 권의 동화책 '조커'
때문이다. 포커놀이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내 손끝에 들어온 조커가 주는 은근한 기쁨을.
개학. 새 선생님에 대한 설레임을 안고 학교에 온 아이들 앞에
갑자기 주름살 투성이에다 배는 공처럼 불룩나온 뚱뚱보 할아버지
선생님 나타났다. 실망한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첫인사도 없이
책상 위에 선물꾸러미 하나씩을 놓는다. 무심코 선물을 열어보고
놀라는 아이들. 그 안에는 카드 한 벌씩이 들어 있었다. 더욱
놀라운 건 카드 뒷면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학교에 가고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지각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거짓말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등 여러 조커가
있다는 것이었다. 마술처럼 놀라운 선물을 받고 흥분하지 않을
아이들이 어디 있을까. 거짓말을 해도 된다니…
"나는 너희들에게 매일매일 선물을 줄 작정이다. 학과수업 선물,
책 선물, 동사 변화법 선물, 수학 선물, 과학 선물, 인생이 내게
준 모든 것들을"이라는 말 자체도.
교과서에 있는 지식만 강요하거나, 시험성적에만 얽매이지 않고
아이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공부 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을 만난 아이들은 행복했다. 하지만 이런 선생님을
교장선생님이 이해해 줄 리 없다.
어느 날 아이들이 한꺼번에 '교실에서 떠들고 싶을 때 쓰는
조커'를 내놓고 떠들어댈 때 교장선생님이 들이닥친다. 교장실에
불려갔다온 선생님에게 아이들은 달려들어 뽀뽀를 한다. 모두
'선생님에게 뽀뽀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를 쓴 것이다.
사실 우리는 많은 조커를 갖고 있지 않은가. 단지 언제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일 뿐. 선생님의 조커는 바로 그런 인생의 지혜를
가르치는 상징이다.
학교의 몰이해로 선생님은 아이들 곁을 떠난다. 아이들이 만들어
준 '행복하고 영예로운 은퇴생활을 위한 조커'를 품에 안고서.
떠나는 노엘 선생님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건 무슨 이유일까.
선생님이 우리들 마음 속에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조커' 한 장씩을 심어주고 가셨기 때문일 것이다.
(이규희·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