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스타들이 앨범을 거듭 낼수록 성숙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아무래도 설익은듯 싶던 신인 티를 한꺼풀씩
벗어던질 때마다 팬들도 새로운 즐거움을 맛본다. 지난 주말 세번째
앨범 '나우(Now)'를 선보이며 컴백한 여성 그룹 핑클(FIN.K.L)도
그렇다.

여성 4인조 핑클은 S.E.S와 더불어 가요계 '걸 그룹' 바람을
주도하는 쌍두마차다. 외모처럼 상큼하고 발랄한 이미지와 음악을
앞세워 초등학생부터 20대까지 폭넓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6일 출반된 3집도 나흘 만에 50만장 넘게 팔리는 폭발력을 과시하고
있다.

옥주현 성유리 이진 이효리가 98년 '블루 레인'으로 데뷔했을
때만 해도 핑클이 이만큼 성공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S.E.S 이후 쏟아진 '반짝 걸 그룹' 쯤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귀엽고 풋풋한 이미지로 색깔을 차별화하며 지난해 2집까지 연타석
홈런을 쳤다.

그런 핑클에게 이번 3집의 의미는 각별하다. 연기자들은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도약하는 시점에서 큰 고비를 맞는다. 핑클처럼 10대
때 스타덤에 오른 '소녀 그룹'들도 마찬가지. 어느 시점에서
얼마나 성공적으로 '성인 선언'을 하느냐에 따라 롱런 여부가
판가름날 수 밖에 없다.

핑클은 데뷔 3년 째를 맞아 발표한 새 앨범에서 바로 그런
승부수를 던졌다. 타이틀곡으로 힙합 댄스 '나우'를 내세웠다.
갈색톤 바지 차림과 브리지 염색한 헤어 스타일도 한결 성숙하고
강렬하다. 안무도 1, 2집 때의 보들보들하던 '학예회풍 춤' 대신
힙합 댄스로 바꿨다.

이번 앨범에 실어낸 13곡은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묵직해졌다.
펑키한 힙합 댄스 '필 유어 러브', 블랙 필 물씬한 리듬앤블루스
'스팅' 같은 곡은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는 반면, 발라드 '어떤
기다림' '날 기억해줘', 댄스 '연애의 기초' '퓨어 러브'
등에선 부드럽고 촉촉한 특유의 매력을 강조했다. 옥주현이 솔로로
부른 복고풍 재즈 넘버 '디어 맨'도 독특하다.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기존 팬들을 끌어안고 가려는 앨범 구성이다.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변신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열매는 그만큼 달다. 일단 상쾌하게 출발선을 박차고 나선 핑클의
승부수가 과연 얼마나 커다란 전과를 올릴지 흥미롭다.